오피니언

"소파에 기대 읽을 수 있는 한국 미술사 접하세요"

유홍준 前 문화재청장 '한국미술사 강의' 출간


"선생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같은 책은 나중에 쓰시고 '나의 한국미술사 강의' 좀 쓰시면 안됩니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이자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인 유홍준(61) 전 문화재청장은 지난해 9월 미술사학과 학생들과 면담을 하다가 학생들의 하소연에 충격을 받았다. 학생들이 입문서로 사용할 만한 한국미술사 교재가 없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후로 유 교수는 매주 한번씩 '한국미술사의 통사적 개관'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고 이를 수정하고 보완해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라는 책을 펴냈다. "책상에 앉아 밑줄 치며 공부하는 미술사가 아니라 소파에 기대 편안히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13일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출판간담회에서 유 교수는 책을 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유 교수는 "'한국미술사'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책은 10권 남짓 되지만 본격적인 한국미술 통사 개론서는 지난 1969년에 김원용이 펴낸 '한국미술사'가 유일하고 이마저도 입문서라고 보기에는 너무 어렵다"며 "대표적인 세계미술사 시리즈인 '펠리칸 미술사(Pelican History of art)'에 수십개국의 미술사가 있지만 한국미술사는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한국미술의 특성은 그 자체보다 중국과 일본 등 외국과의 관계에서 더 명확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사를 연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예술' 자체에 있는데 우리나라 미술사 연구는 '출처'를 찾는다"며 "당나라에서 왔나, 송나라에서 왔나를 따지느라 예술이 없어져버린다"고 꼬집었다. 유럽 중세의 기독교문화를 아무도 유대문화의 아류라고 말하지 않듯 한국의 불교미술 역시 한국의 문화라는 것. 그는 이어 "고려가 청자를 만들지 못했다면 세계 청자의 역사는 중국 청자의 역사로 끝날 뻔했다"며 "한국이 빠진 동아시아 문화사는 불완전하며 한국은 동아시아 문화사에 당당한 지분율을 가진 문화적 주주국가"라고 강조했다. "미술사는 박물관과 답사의 가이드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도판과 부록에도 신경을 썼다"는 유 교수는 "이번에 출간되는 1권(선사시대부터 발해까지)을 시작으로 앞으로 통일신라와 고려 미술사를 담은 2권, 조선시대 미술사까지 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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