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신청으로 경영권을 유지하며 채무를 조정 받으려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순조롭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윤 회장이 관례상 관리인의 지위를 얻어 경영권을 유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윤 회장이 고의로 극동건설의 채무를 갚지 않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반영, 금융감독원은 28일 웅진홀딩스의 부당행위 전반에 대한 일제 점검에 나섰다. 조사결과 대주주의 불법행위 등이 적발돼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경우에는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렵다. 만약 금감원 조사에서 계열사 차입금 만기 전 조기상환, 대주주 등 특수관계인 주식 처분 등 부당행위가 적발돼 배임 등의 혐의가 나타나면 '심각한 결여사항'으로 인해 법원이 경영권을 박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웅진홀딩스의 자본잠식 여부 ▦서울저축은행 검사 ▦채권단 반발 등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웅진홀딩스의 부채 총액은 1조3,597억원으로 자산 총액(2조2,361억원)을 밑돌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되면 웅진그룹은 자산매각을 통해 채무를 갚아나가며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채권단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지 않는 한 윤 회장을 포함한 기존 경영진은 계속 회사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 2006년 제정된 통합도산법은 미국 '관리인 유지(DIP)' 제도를 받아들여 대주주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정상화 계획을 짤 수 있도록 했다. 현 경영진도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기업실사 결과 웅진홀딩스가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을 때다. 6월 이후 웅진그룹 내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데다 기업실사 결과 공개된 사업보고서의 내용에서 실사 결과가 뒤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어 자본잠식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법원이 두 달에 걸친 실사 후 웅진홀딩스가 자본잠식에 놓여 있는 것으로 최종 판단을 내리면 상황은 급반전된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감자와 출자전환이 뒤따라오기 때문에 대주주들의 지분율이 뒤바뀌게 된다. 특히 웅진홀딩스의 지분 73.92%를 갖고 있는 윤 회장 등 주요 대주주는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분율 희석까지 감내해야 한다.
만일 회생채권의 변제율 30%와 면제율 70%를 가정할 경우 윤 회장은 70% 이상 재산이 감소한다. 윤 회장의 지분율이 20%선까지 떨어져 최대주주 자리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때 주요 채권은행들이 출자전환을 통해 지분율을 높인다면 경영권의 향방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채권단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법정관리 신청을 윤 회장의 배신으로 보고 있는 채권단이 윤 회장의 관리인 선임을 반대하거나 최소한 공동관리인 선임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또 자본잠식 여부를 가리는 조사위원 선정 때도 채권은행이 적극 발언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솔건설은 회생계획안을 채권단이 거부, 회사가 청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