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대통령 연두회견/특별기고] 실추된 신뢰회복부터

어느 때보다 국내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과 불안이 증폭되고 있어 새해 벽두부터 모든 국민들은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의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었다.그러나 발표된 내용을 보면, 정책 우선 순위의 완급과 경중이라는 측면에서 다소 모호하고 특히 부패 척결 정책의 실천 의지가 불확실하여 국민의 기대에 미흡한 것 같다. 돌이켜보면, 세계 경제 뿐 아니라 국내 경제 통틀어 지금의 난국은 리더십의 실종에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유럽의 통합과 중국의 부상으로 인하여 단일시장화된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팩스 아메리카나의 쇠퇴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지난 해 9ㆍ11 테러 사태 이후 자유 세계 경제를 이끌어 온 미국의 지도력은 크게 도전을 받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과 함께 잇달아 터지고 있는 경제 사건의 불법과 비리, 공직 사회의 부정부패로 인해 정치권에 대한 믿음과 기대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때문에 국내외 경제 문제 해결의 핵심 관건은 다름 아닌 실추된 신뢰와 리더십을 회복하는데 있는 것이다. 김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 내용에는 부패 척결을 선언하고 있으나 그 실천 내용이 미흡해 보인다. 그리고 국민 경제의 안정과 경쟁력 제고를 강조한 부분은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사실에 비추어 너무 중장기 과제에 가까워서 작금의 경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부패 척결 문제는 크게 보아서는 사회 도덕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공직 사회의 부정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히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인사 쇄신을 통한 엄정한 법 집행과 단호한 정책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김 대통령이 강조한 첨단 산업 분야의 국제 경쟁력 제고 문제도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중장기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올해 우선하여 정책 노력을 경주해야 할 부문은 역사적 평가를 받기 위한 새로운 정책보다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개선, 즉 진행되고 있는 구조 개혁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연두기자회견에서는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으나 국내 경제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경기 불황과 투자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서 긴급한 정책들이 있다. 예컨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성장을 위한 설비 투자를 지속하게 하고 인적 자본과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도 확충하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 나가는 보다 구체적인 노력이 더욱 긴요하다. 뿐만 아니라 현재 금융 시장에서 자금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흐를 수 있도록 자금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국민 경제의 자금은 가장 생산성이 큰 부문으로 연결되어야 자금의 중개 기능이 선진화 내지 효율화되는 것이다. 더구나 금융의 시장 시스템이 선진화돼야 거시 경제의 회복에 필요한 정책 수단도 제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 금융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요즈음 시중 금융기관들이 위험을 기피한 나머지 지나치게 소비 금융에 치우치는 것은 무척 우려되는 점이라고 하겠다. 경기 회복 심리를 북돋우고 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서 증권 시장이 지속적인 활황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환율 변동과 같은 외부 여건의 변화로 인하여 증권시장에서 시가의 37%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경우를 대비하는 금융시장의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그리고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투명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촉진해야 한다. 이는 또한 사회 전체의 불법과 비리를 제거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함께 집단 이기주의로 인하여 빚어지는 갈등과 비효율을 방지하고 노사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는 국가 수반의 강력한 의지와 노력이 절실하다. 요컨대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고 실종된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사의 전면적인 쇄신과 구조 개혁의 마무리에 국정 운영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신뢰를 잃고서 인간 만사가 성공할 수 없음(無信不立)"은 자명한 진리가 아닌가. 무엇보다 과도기적 전환기에는 지도자와 구성원간의 신뢰성이 중요하다. 남은 기간 동안 새로운 역사적인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오히려 다음에 오는 정권을 위하여 정책의 지속성을 유지하여 신뢰성을 높일 때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김중웅(현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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