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근혜 달라진 이유는

정치전선 전면에 나서고 발언횟수 부쩍 늘어<br>짧은표현 '단문정치' 벗어나 말 길어지고 직접적 언급도<br>"세종시 문제 정치운명 걸고 계파 결속 적극 나설 것" 분석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달라졌다. 정치 전선의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부쩍 늘었고 사람 만나는 일에도 거침이 없다. 발언 횟수가 잦아졌고 말도 길어졌다. 표현도 에둘러하기보다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다. 특별한 당 회의 또는 행사 외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3~4음절의 단문수사(短文修辭)에 그치던 과거와는 완전 딴판이다. 집권당 내에서 이명박 대통령 다음으로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권력자이자 가장 유망한 잠재적 대권주자로서 얼마 전까지 보여줬던 여유도 찾기 어렵다. '아웃복서' 챔피언보다는 '인파이터' 도전자 이미지가 더 강하다. 이 같은 현상은 여권 주류의 세종시 수정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두드러졌다. 21일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에 자신의 정치운명을 걸고 대응하고 있음을 암시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박 전 대표는 전날 저녁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서상기ㆍ김성조ㆍ안홍준ㆍ윤석용ㆍ원희목ㆍ손숙미 의원 등 당내 이공계 출신 의원 6명과 차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가 자택을 의원들에게 개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여서 박 전 대표의 집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가 패한 직후 경선캠프에 참가했던 의원들이 자택으로 그를 '위로 방문'한 후 사실상 처음이다. 박 전 대표는 이에 앞서 같은 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재경 대구ㆍ경북 시도민회 신년회와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ㆍ경북인 신년교례회에 잇따라 참석했다. 박 전 대표의 세종시 관련 발언도 최근 잇따랐다. 1월 들어 불과 한 달도 안 돼 정부가 11일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기 직전인 7일과 직후인 12일, 정몽준 대표 등 당 주류 측이 세종시 당론변경을 시사한 18일과 당론변경 토론을 공식화한 20일 등 모두 네 차례나 그의 발언이 나왔다. 여권 주류 측이 세종시 수정 관련 입장을 밝힐 때마다 박 전 대표는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다가 짧은 언급을 통해 의중을 드러내는 '단문정치'를 해왔다. 중대 국면에서 "참 나쁜 대통령"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실망과 고통을 주는 법안" "우리 정치의 수치" 등 짧고 강한 발언으로 정국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이런 화법을 두고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총론적 단문단답형'이라고 규정했다. 박 전 대표가 최근 이처럼 달라진 것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여권 주류의 세종시 수정 드라이브에 적극 대응한 것이라는 의견과 계파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내부 단속용이라는 시각이 나왔다. 친박근혜계 인사는 "세종시 수정을 위해 주류 측이 얼마 전까지는 민심에 호소하기 위해 여론전을 펼치더니 그게 여의치 않으니까 이제는 수정안의 당론채택 추진으로 박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며 "여당 주류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홍보에 대통령과 총리가 전면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박 전 대표가 어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친이명박계 인사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중재안들이 친박근혜 쪽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설 전후 예상되는 민심의 변화에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만큼 박근혜계가 흔들리고 있는 반증 아니겠느냐"며 "박 전 대표로서는 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계파 결속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최근 세종시 관련 주요 발언
▦"원안이 배제된 안은 반대한다. (세종시 수정안 당론채택은) 엄밀히 말하면 (2005년 세종시 추진의 기존) 당론을 뒤집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당론을 만들어도 나는 반대한다."=1월7일 재경 대구ㆍ경북인 신년교례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은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한 약속을 어기고 신뢰만 잃게 된 것이다. 원안은 다 빠지고 '플러스 알파'밖에 없다. 국민과 약속을 지키라는 게 제왕적이라고 하면 제왕적이라는 얘기를 100번이라도 듣겠다."=1월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정몽준 대표는 불과 얼마 전까지 (세종시) 원안추진 당론에 변함이 없다고 말씀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 사이 생각이나 소신이 변했다면 판단력에 오류가 있는 게 아니냐.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신뢰를 잃게 된 데 대해서는 책임지셔야 할 문제이다."=1월18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이미 결정을 다하고 정부 수정안을 확정하기 위한 것인데…. 이미 어떻게 결정하겠다는 것을 밝히고 토론한다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 결론을 이미 내놓고 하는 것이다. 수정안 당론을 결정하는 투표가 아닌가 생각한다."=1월20일 재경 대구ㆍ경북 시도민회 신년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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