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본시장 새패러다임을찾아서] 4. 미국의 자산운용사들

지난 12월초 스커더 캠퍼 자산운용사의 글로벌 운용전략회의에서 나온 얘기들이다. 매주 금요일 스커더는 글로벌펀드, 이머징마켓펀드 등 모든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 각국과 기업의 현재가치와 성장성을점검하고 포트폴리오를 점검·조정하는 시간을 갖는다.세계의 모든 국가와 기업은 지금 미국의 자산운용가들로부터 냉정한 심판을 받고 있다. 세계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자금은 24조달러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레만브라더스 투자은행과 미 연준리는 이중 절반 가까운 자금이 미국자금이라고 추정한다. 자본의 증권화, 글로벌화를 통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미국자금들이 세계 곳곳을 누비며 국제금융시장의 질서를 장악해 나가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방대한 자금 저수지는 성공적인 연기금 제도가 있기에 가능하다. 연금제도로 개인의 부를 축적함은 물론 노후보장이라는 본래목적을 충실히 성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산운용사와 뮤추얼펀드 역시 이들 연기금이 맡긴 돈이다. 특히 뮤추얼펀드는 미국 일반인에게 노후보장 수단은 물론 재테크 수단으로 없어서는 안될 생활 필수품이 돼버렸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2월부터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종합일간지중 하나인 USA투데이지는 수개면을 털어 최고의 뮤추얼펀드, 최악의 뮤추얼펀드 고시 등 뮤추얼펀드관련 표를 신설했다. 연기금은 자산운용사에 돈을 맡기되 컨설턴트를 통해 수시로 수익률을 점검한다. 스커더의 한 펀드매니저는 『자산운용사는 연금 컨설턴트의 노예다』고 자조한다. 실제 연금 컨설턴트는 분기 단위로 자산운용의 성적표를 따지고 목표에 미달할 경우 운용자를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있다. 연금은 이들 컨설턴트를 통해 자산운용사들이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채찍질하고 있다. 엠파이어빌딩 등 초고층 건물로 가득찬 뉴욕에는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스커더 캠퍼, 페인웨버 등을 포함해 내로라하는 미 자산운용사들이 곳곳에서 전략을 짜고있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클레멘테는 매주 한번씩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기업을 가려내기 위한 확대 자산운용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는 미 월스트리트에 정통한 미국 전문가를 축으로 아시아 홍콩 필리핀 대만 등 이머징마켓, 유럽투자를 맡는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가 모두 모인다. 회의에서는 텔레콤 자동차 전자 반도체 등 여러 산업과 관련, 최우수기업들에 대한 토론이 벌어진다. 클레멘테의 한 펀드매니저는 『정보통신주에 투자하려면 미국 유럽 아시아지역 정보통신주를 놓고 고민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SK텔레콤에 투자하려면 일본의 NTT도코모, 차이나 텔레콤의 주가를 비교해 본다. 아시아 지역의 텔레콤회사중 어떤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것인가를 심판한다. 투자종목을 고를 때 세계적 경쟁기업을 한자리에 놓고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미 자산운용사의 대부분 펀드매니저에게는 스톡옵션이 주어진다. 자산운용사는 매니저에게 거액의 연봉에다 스톡옵션을 얹어줌으로써 매니저들의 전직을 막고있다. 전직이 잦을 경우 자산운용의 흐름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브랫 스커더캠퍼 주식운용본부장은 『코리아펀드의 자산운용을 맡았던 스커더가 캠퍼사에 합병됐을 때 스커더의 펀드매니저는 수백만달러에서 수천만달러의 주식을 매각해 돈방석에 앉았다』고 말했다. 연기금이 돈을 맡길 때 과거의 수익률 못지않게 펀드매니저가 얼마나 오랫동안 일했느냐를 중시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는 운용의 연속성을 위해 펀드매니저에게 많은 권한과 스톡옵션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백만장자를 위한 헤지펀드가 단기 투자에 주력한다면 간접투자자금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거대한 자금 저수지를 형성하고 있는 일반 미국인을 위한 뮤추얼펀드는 장기투자에 주력한다. 미국 뮤추얼펀드의 절반 가까이가 장기투자를 위주로 하는 인덱스펀드로 구성돼있다. 인덱스펀드는 특정 업종이나 종목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사는 것이다. 미국 주가가 지난 80년초 1,000포인트에서 99년말 현재 1만1,000포인트대까지 꾸준히 상승하는 과정에서 인덱스펀드는 투자자에게 꾸준한 수익률을 안겨다줬고 대표적인 장기펀드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의 전설적 자산운용가인 워런 버핏은 펀드매니저에게 『당신 가족의 마지막 남은 한 자산처럼 운용하라』는 점을 지적하며 『다음 50년동안 팔지않겠다는 마음으로 주식을 매입하라』고 강조한다. 개인은 물론 국가의 부를 살찌우는 자산운용사, 이들은 거대한 자금을 증권화, 글로벌화하는 세계시장에 쏟아부으며 세계 자본시장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이들 자산운용사들은 미국민의 재테크와 노후보장을 도와주는 믿음직한 동반자가 되고있다. 뉴욕=이병관기자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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