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참모진과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 간 마찰이 1일 다시 불붙었다.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자신을 비판한 청와대 고위관계자에게 "과거 청와대의 차지철이 돌아온 것 아닌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월권 논란을 일으킨 차지철 전 박정희 대통령 경호실장을 청와대 참모진에 빗댄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라는 분들이 국회의원을 협박하는 말을 했다"며 "불법 사찰을 정당화 하면서 마치 앞으로 사찰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는 전날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연찬회에서 부실한 인사 검증과 정치인 불법 사찰의 진원지로 이상득 의원 측근인 청와대의 영포(영일ㆍ포항)라인을 지목하자, 이들이 반발한 데 대한 재반박이다.
남경필 의원도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려가면서 했던 사조직을 빅 브라더라고 부르는데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수사하자고 하면 하는 게 대한민국 법이 아니다"라며 "이것은 모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소장파 자기들이 김태호 추천해 놓고, 누구에게 책임을 묻나? 소장파 본인들은 얼마나 깨끗하게 지냈는지 밝히겠다'고 했다"며 "인사파동의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수사하겠다고 협박이나 하고, 이번 발언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고 올렸다”
연찬회에서 사찰의 배후에 이 의원이 있다고 공개 지적한 정태근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등한 당청관계를 얘기하는데 청와대 고위관계자란 사람이 ‘청와대는 인사 검증의 책임이 없다, (불법 사찰 대상 정치인을)수사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기본이 안 된 것”이라면서 “임태희 대통령 실장이 발언자를 찾아내 문책해야 하지 않으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이들에게 자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올해 초 친박근혜계 의원이 사찰을 당하고 있다고 제기한 홍사덕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정두언 의원을 향해 “지방선거에서 권력의 절반을 잃어버린 것은 분열 때문”이라면서 “빠른 시간 내에 자제하고 당사자끼리 만나서 해결하라”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이어 “연초 초선의원 둘, 재선 의원 한 명이 번갈아 와서 사찰 문제에 대해 호소하는 와중에도 당에 누가 되지 않게 해결해 달라고 했다”면서 에둘러 정 의원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