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던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고지를 앞에 두게 됐다. 검찰이 예상을 깨고 '론스타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유회원(61. 구속)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함에 따라 법원의 확정 판결도 이르면 이달 안에 가능해진 탓이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의 인수 승인 여부도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이면 론스타가 외환은행 대주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것이 확실시된다. 여러 이론이 있지만 유 전 대표의 유죄가 확정되면 '양벌규정'에 따라 론스타도 유죄를 받게 된다. '양벌규정'으로 론스타가 유죄를 받게 되면 금융 당국은 론스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에 대해 강제매각명령을 내릴 수 있다. 특히 검찰은 이날 파기환송심에서 유 전 대표의 신분에 대한 공소장 내용을 일부 바꿔 위헌 논란의 가능성도 한층 줄었다. 당초에는 '외환은행 대리인'으로 규정했지만 이날 공판에서는 '사실상의 대표자'라는 취지로 공소장 내용을 바꾼 것. 양벌규정은 고용인의 위법행위에 대해 법인과 고용주에게도 책임을 함께 묻는 법률적 판단으로 헌법재판소는 이를 위헌이라고 하면서도 단서를 깔았다. 회사 대표자의 위법행위로 법인을 처벌하는 것은 합헌이라는 것. 이에 따라 금융 당국도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판단이 한층 쉬워졌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고 금융 당국이 론스타의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론스타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 중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4%를 제외한 지분을 처분하라고 명령 할 수 있다. 물론 론스타 사건에 대한 증인이나 여타 다른 관련자가 결심공판일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론스타가 판결에 불복하고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한다면 론스타 문제는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아무리 빨리 처리 되더라도 론스타는 1년 이상 외환은행 대주주자격을 유지하면서 배당금을 챙겨가게 된다. 지난 7월 론스타는 이미 금융시장 최대 규모의 중간배당을 챙겨 가면서 '먹튀' 논란을 일으켰었다. 국내 금융권 최대의 고액배당으로 지금까지 보유지분 일부를 매각해 챙긴 1조 1,928억원을 포함, 총 2조9,027억원을 벌어들였다.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 2조1,548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배당과 지분 매각만으로 투자 금액을 훨씬 넘는 액수를 이미 건졌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위헌 제청을 이유로 금융 당국이 다시 결정을 미룬다면 따가운 비판을 받을게 뻔하다. 단순히 '변양호 신드롬'으로 변명을 할 수도 없다. 속된 말로 금융 관료로서 자리를 하는 한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강제매각명령의 과정에서 노조나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의 문제다. 노조와 시민단체는 "법원의 판결 이후에 있을 금융 당국의 판단으로 론스타가 다시 불법적인 고액배당 시도나 경영 간섭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 당국의 징벌적 강제매각 명령을 요구하고 있다. 하나은행 측은 강제매각명령을 내리면 사실상의 수의계약 형태로 조기에 인수를 끝낼 수 있지만 자칫 특혜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금융권의 고위 관계자는 "대법원으로부터 파기 환송된 론스타 문제가 사실상 유죄 판결로 결론이 난 만큼 이제는 금융 당국으로 바통이 넘어갔고 당국이 책임을 지고 론스타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