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증권사 법인 지급결제 5년째 제자리

금융결제원 규제·은행 텃세에 법 제대로 시행 안돼<br>정무위 의원도 해결 촉구


금융 당국의 미온적 태도와 은행들의 텃세로 인해 자본시장 발전의 핵심과제 중 하나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09년 7월 개정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증권사에도 은행과 동일하게 고객자금의 계좌이체 등 지급결제가 허용됐지만 은행들이 설립한 민간기구인 금융결제원이 이를 제한적으로 허용해 절름발이 제도가 됐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ㆍ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도 한목소리로 문제점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증권사들은 개인과 법인 구분 없이 계좌이체 등 지급결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하지만 금융결제원이 내부규약을 내세워 증권사들이 법인고객을 위한 지급결제 업무는 하지 못하도록 막아 놓았다. 금융결제원의 내부규약 제4조 5항은 '특별 참가한 금융투자회사는 법인이 타행환업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특별 참가한 금융투자회사는 정회원인 은행을 제외한 모든 금융투자업체다. 특별 참가한 금융투자회사 가운데 신협ㆍ저축은행 등에는 개인ㆍ법인 지급결제 업무를 모두 허용해주면서도 유독 증권사에만 굴레를 씌운 것이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 참석한 현오석 경제부총리에게 "현 부총리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은행들의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참여제한 관련 담합 등 불공정 경쟁을 지적했다"며 "금융결제원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법인 지급결제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국민편의를 위한 법률취지를 퇴색시키는 것 아니냐"고 문제 제기한 바 있다. 김정훈 정무위원장과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 역시 한은과 금융위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같은 문제점을 제기했다.

금융결제원은 증권사들의 법인대상 지급결제를 막은 이유로 결제 리스크에 따른 시스템의 안정성 저해를 든다. 하지만 증권사들에 개인을 대상으로 한 계좌결제는 이미 허용해줬고 4년여 동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만큼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금융결제원이 반대하는 속사정에는 은행들이 있다. 금융결제원의 내부규약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이사진은 시중은행들로 채워져 있다. 은행들은 증권사들이 법인대상 지급결제를 하면 법인자금이 증권사의 CMA계좌로 이탈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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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지급결제가 하루 빨리 정상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주요 취지 가운데 하나가 증권산업의 글로벌화다. 골드만삭스 등 해외 투자은행(IB)과 맞서기 위해 국내IB들에 주어진 무기는 신용공여다. 신용공여는 인수자금이 모자란 기업에 자금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IB가 하는 것으로 인수합병(M&A)을 원활하게 해준다. 국내 증권사들은 법인을 대상으로 한 지급결제가 허용돼야 신용공여업무가 더 수월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증권사들은 또 이미 법인 지급결제를 위한 분담금도 납부했다. 지난 2009년 개인ㆍ법인 지급결제를 위해 금융결제원에 3,375억원의 특별참가금을 납부한 바 있다. 하지만 법인 지급결제가 허용되지 않아 비용을 이중으로 부담하고 있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인들의 거래편의를 위해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가 하루 빨리 허용돼야 한다"며 "자본시장법의 입법취지와 국민편익의 관점에서 금융 당국과 은행들이 해결해줘야 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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