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베테랑 러너 스테파노 발디니(35)가이혼의 아픔을 강인한 의지로 이겨내고 마라톤 평원의 영웅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30일(이하 한국시간) 아테네올림픽 마라톤에서 레이스 막판 역전극을 펼치며 2시간10분55초로 우승한 발디니는 지난 달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이봉주(삼성전자)와함께 고지훈련을 했던 선수.
당시 훈련 캠프에 함께 있었던 삼성전자 마라톤팀 관계자는 "발디니가 올림픽직전 이혼을 하는 바람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심적으로 방황을 겪었다는 소식을들었다. 한때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탈락할 뻔한 위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발디니는 그러나 특유의 강인한 의지로 마음을 다잡고 최종 리허설로 치러진 10㎞ 레이스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 대표팀에 잔류했다는 후문이다.
발디니는 2001년 애드먼턴 세계선수권대회와 파리, 런던마라톤에서 3차례나 이봉주와 동반 레이스를 펼쳐 국내 팬들에게도 낯이 익은 마라토너.
애드먼턴 세계선수권과 작년 파리 세계선수권에서 연속 3위를 차지했으며 최고기록은 2시간7분29초로 이봉주(2시간7분20초)보다 뒤지지만 뛰기만 하면 2시간7-8분대를 꾸준히 유지해 기복이 없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176㎝, 60㎏으로 마라토너로서는 장신에 속하고 이탈리아 루비에라 코라디니 엑셀시오르 클럽에 소속돼 있다.
발디니는 레이스 직후 "초반에 전체적으로 선두권이 너무 천천히 달려 불안했지만 마지막 4-5㎞에서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누구도 나를 꺾을 수없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나는 이런 류의 오르막 코스를 좋아한다"며 포효했다.
그러나 발디니의 우승은 37㎞ 지점에서 갑자기 코스에 난입한 한 관중이 선두를달리던 반데를레이 리마(브라질)를 밀치는 불상사로 빛이 바랬다.
리마는 "그 때 페이스를 잃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 지 모른다. 리듬을 잃고 말았다"며 아쉬워했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