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8월 25일] 레이건에게 배워야 할 것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별명은 테플론 대통령(Teflon Presidentㆍ테플론ㆍ프라이팬 표면을 매끄럽게 해 들러붙지 않도록 하는 코팅제)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특유의 매끈한 제스처와 화려한 이미지로 대중의 기분을 맞추는 데 귀재였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기도 했다. 아무런 한 일이 없는데도 이란 테헤란에 억류됐던 인질들이 그의 취임식날 풀려났고, 지난 1981년 3월 암살을 극적으로 모면하면서 그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저격당한 후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여론의 지지를 바탕 삼아 세금인하안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세금을 줄이면 사람들은 더 많은 상품을 만들어내고 더 많은 돈을 소비하게 돼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제가 번영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정부의 세수가 늘어난다는 ‘공급경제학(Supply Side Eoconomics)’의 본격적인 도입이었다. 레이건 행정부는 재임기간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70%에서 28%로, 법인세율을 48%에서 34%로 대폭 낮췄다. 이러한 감세정책은 때마침 찾아온 유가하락과 맞물려 장기 불황에 허덕이던 미국 경제를 호황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1980년 7,100억달러에 그쳤던 미국의 재정적자가 1993년 말 3조2,500억달로 치솟았고 고소득층이 대부분의 혜택을 입었다는 점 등에 비춰 감세의 정책적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크긴 하지만….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는 출범 때부터 레이건 행정부와 종종 비교됐다.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대변하는 ‘MB노믹스’가 감세와 규제완화를 골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조차 최근 야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나 레이건 전 대통령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며 은연중에 레이건이 자신의 역할모델이라는 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MB노믹스’의 실행은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는 모습이다. 감세문제만 하더라도 최근 여당이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법인세 최고세율인하 실시시기를 1년 뒤로 늦추기로 하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또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8ㆍ21 대책’에서는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관련 부분이 제외되자 현정부의 지지층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 등 해묵은 과제에 대한 해결노력도 진척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경제주체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정부의 말을 믿고 투자를 늘릴 기업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취임 6개월을 맞은 이명박 정부가 레이건 전 대통령으로부터 얻어야 할 교훈은 ‘감세’ ‘규제완화’ 등의 정책적 수단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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