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추경해서라도 4% 성장"

韓부총리 기존 정부방침과 다른 발언 주목<br>수출 둔화·설비투자 줄어 전망은 불투명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8일 제주에서 전경련 주최로 열린 하계 포럼에 참석해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하반기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4.2~4.7%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경제성장률은 상반기 3.0%를 기록(추정)한 점을 감안할 때 연간기준으로 기껏해야 3.8~3.9% 수준에 머물게 된다. 4%의 성장률도 사실상 물 건너갔음을 의미한다. 정부 당국자도 같은 맥락의 발언을 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밝힌 4% 안팎의 올 성장목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대로라면 3% 중후반대의 성장률에 머물 것으로 보이며 추경 편성을 통해 4%를 시현할 수 있다는 논리다.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은 편성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과는 사뭇 배치되는 대목이다. 경제상황은 이처럼 예상보다 그리 녹록하지 않은 듯하다. 일부에서는 주식시장의 오름세가 “실질적인 경기호전 없이 유동성에 의해 지나치게 빠른 상승속도”라며 부동산에 이은 ‘또 다른 거품’이 생길 가능성까지 우려하는 형편이다. 실제로 이날 동시에 나온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과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 각종 통계는 회복을 점치기에는 조심스런 상황이라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지난 6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1% 증가,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낮은 증가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무엇보다 우려를 갖게 하는 대목은 뚝뚝 떨어지는 수출 증가세와 설비투자다. 6월 수출용 제품 출하는 전년동월보다 8.2% 증가해 4월 7.7%, 5월 4.3%에 이어 한자릿수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연간 20.0% 증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성적이다. 분기별로 보면 더욱 초라하다. 지난해 4ㆍ4분기 15.0%를 기록했던 수출용 출하량은 올 1ㆍ4분기 10.9%로 낮아졌고 2ㆍ4분기에는 6.7%로 더 떨어졌다. 반면 수출둔화를 메워줘야 할 내수는 여전히 충분하지 못하다. 5월 2.9% 증가했던 내수용 제품 출하는 6월 2.0%로 증가폭을 축소, 산업생산 증가에 대한 기여도를 낮췄다. 설비투자 하락세는 좀더 심각하다. 5월 7.7% 증가했던 설비투자는 6월 -2.8%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설비용 기계 내수출하도 -0.2%에서 -3.5%로 낙폭을 키웠다. 이 같은 상황은 한은의 ‘7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BSI를 수출과 내수로 구분할 때 수출기업은 4월 84에서 이달에는 75까지 떨어졌고 내수기업도 4월 86에서 76까지 하락했다. 임경묵 KDI 연구위원은 “상장사의 단기유동 자산비율이 90년대 6%대에서 2004년 10%대로 상승했는데 이는 그만큼 투자에 인색하다는 뜻”이라며 “중소기업은 아예 해외로 옮겨가는 등 구조적인 문제로까지 고착화됐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이처럼 경기회복 신호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의 상승속도는 무척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단 정부는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윤종원 재경부 종합정책과장은 “미국의 경우 주식값이 오르면 자산효과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일련의 주식시장 흐름을 볼 때 부진한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로까지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이 없어도 4%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으로 몰린 자금을 증시로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환영할 만한 움직임이라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하지만 민간 사이드에서는 경계의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주가상승으로 생긴 부(富)의 효과가 기업들의 투자확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현 상황이 실물경기 호전에 바탕을 둔 것이라기보다는 유동성 장세에 의존한 것이 큰 만큼 자칫 또 다른 거품을 만들어내고 꺼지는 순간 부동산 못지않은 문제를 파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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