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의회에 제출한 '출구전략 보고서'를 통해 첫 번째 출구전략으로 조만간 재할인율을 인상할 것임을 시사했다. 재할인율 인상은 출구전략이 가동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지만 FRB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의미 있는 출구전략 시행시기와 관련해서는 힌트를 주지 않았다. 버냉키 의장은 10일(현지시간) 출구전략의 원칙과 절차ㆍ수단 등을 담은 'FRB의 출구전략 보고서'를 미 하원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미 동부 일원의 폭설로 청문회가 취소되자 FRB가 서면으로 출구전략 청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페드워처(FRB 분석가)들은 "FRB가 출구전략 준비를 완료했지만 금리인상과 보유 국공채 매각 등 핵심 출구전략 시행은 그 시기를 예상할 수 없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버냉키 의장은 "팽창적 통화정책을 적절한 시점에 전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면서 출구전략은 ▦점진적으로 시행하고 ▦시장과 충분한 교감을 가질 것이며 ▦경제상황을 충실히 반영하겠다는 3대 시행 원칙을 제시했다. 버냉키 의장은 특히 "머지않아(before long) 재할인율과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에 격차를 두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재할인율 인상을 강력 시사했다. 재할인율은 중앙은행이 일시적 자금부족을 겪는 은행에 대출할 때 적용되는 금리. 재할인율과 기준금리와의 격차(스프레드)는 현재 0.25%포인트에 불과하지만 정상적인 상황이면 대개 1%포인트에 이른다. 그러나 재할인율 인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은행이 굳이 FRB로부터 자금을 융통해야 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재할인 창구를 이용하면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금융위기 때의 경우 당장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 아니라면 창구 대출을 기피했다. 버냉키 의장도 "이것이 통화정책 전망의 전환으로 이해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출구전략 시행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수단을 내놓았다. 그러나 제시한 방안들은 앞서 지난해 8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 형태로 밝힌 것은 물론 최근 실시한 출구전략 예행 연습 등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초과 지급준비금의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 환매조건부채권매각(역레포)의 조작 및 매각 대상의 확대, 지급준비금의 1년 예치제도로의 전환, 보유 국공채 매각 등이 이번에 또다시 언급됐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나 양적 완화 정책 도입으로 사들인 국채 및 모기지채권 등 1조7,250억달러(3월까지 예정물량 포함)에 이르는 보유자산 매각과 관련해서는 "매각이 가까운 시일 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출구전략 청사진 공개에 따른 시장의 과잉해석을 경계했다. 자산매각은 금리인상과 더불어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는 핵심 정책수단으로 꼽힌다. 그는 오히려 "경기확장세가 무르익으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통화긴축을 시작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미국 경제는 팽창적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해 기존의 정책 입장을 고수할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번 보고서는 일반적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시장에 미친 영향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미셸 메이어 바클레이스캐피털 이코노미스트는 "출구전략의 절차와 관련해 좀더 소상한 내용을 담았으나 시기에 대한 전망을 제공하지는 않았다"며 "오히려 장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의미를 평가절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