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야 재건축을 해서 남는 게 있겠습니까. 재건축 지분 전매금지 등 정부 정책은 명백한 사유재산 침해입니다.” 반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9.5대책` 이후의 분위기 묻자 강한 어조로 정부를 비난했다.
9.5조치 이후 강남 일대 재건축 시장은 완전히 얼어 붙었다. 고덕 주공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수 천만원씩 내려서 내놔도 살 사람이 없다”라며 “예전에 매물이 없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도 추석이 지나면 더 떨어질 것이라며 두고 보자고 느긋해 한다”고 뒤바뀐 분위기를 전했다.
◇대 단지 재건축 아파트 타격 커=`9.5대책`으로 대부분의 재건축 단지가 찬바람을 맞은 가운데 특히 개포주공, 반포주공, 고덕 주공, 은마 등 대단지 아파트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최근 가격 상승이 급격했던 것이 원인. 고덕 주공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8월 들어 자고 나면 500만원, 1,000만원씩 올라도 매물이 없어서 못 팔았다”라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는 정부의 조치가 발표된 이후 매물도 늘고 매도가도 하락하고 있다. 특히, 9월말까지 처분하면 양도세 면제를 받는 소유자들은 마음이 다급해져서 몇 천만원씩 호가를 낮춰서 내놓고 있다.
반포주공의 한 중개업자는 “이른 아침부터 전화가 밀려오고 있다”는 “사겠다는 사람은 없고 얼마나 떨어졌느냐. 얼마나 떨어 질 것 같으냐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개포 주공 부동산중개업자는 “3단지 15평형의 경우 7억2,000만원에도 안 팔겠다던 물건이 며칠 만에 6억7,000만원에 나왔다”며 “품귀현상을 빚던 매물이 하나둘씩 호가를 낮춰서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 안 믿는 분위기=하지만 이 같은 가격하락세가 지속될 지에 대해선 대부분의 시장 관계자들이 반신반의하고 있다. 9ㆍ5대책의 여파도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불신이 아직 일부 매도ㆍ매수자들 사이에 남아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해 말부터 정부가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아파트 값은 잠시 떨어지는 듯했다가 2~3개월 후 그 이상으로 폭등하는 패턴을 지속해왔다.
은마아파트에 거주하는 임 모씨(40, 주부)는 “이제는 학습효과 때문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며 “돈이 급한 집주인들을 빼고는 대부분이 기다리면 언젠가는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것이냐는 질문에 강남지역 중개업자들 대다수가 “알 수 없다”고 대답했다. 강남 집값은 백약이 무효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반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개포동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만 같다”라며 “정책 실패를 재건축 아파트에 돌리려는 의도”라고 강한 불만을 터놓았다.
<문병도기자, 이혜진기자 d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