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가간 공동연구 늘려야

연구개발도 "공동개최" 시대 전 세계 40억명의 눈과 귀를 붙들었던 2002 한일월드컵은 72년 FIFA 역사상 처음 시도된 공동개최였다. 그 같은 결정이 내려졌을 당시 공동개최는 비효율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고 대회 초반까지도 운영상의 협조체계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하필 역사적 앙금이 남아 있는 한국과 일본의 공동개최였던 탓에 그 같은 우려가 더욱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는 역대 월드컵 사상 가장 큰 성공이라는 평가로 나타났다. '축구판 벨벳(무혈)혁명'으로까지 규정한 워싱턴포스트의 찬사가 이를 입증한다. 모건 스탠리는 '월드컵 공동개최로 한국의 세계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대회의 성공으로 크게 고무된 아프리카와 유럽연합(EU)은 오는 2010년 공동개최 추진 움직임을 뵈고 있고 단독개최가 어려운 소규모 국가들도 희망의 싹을 발견했다며 반기고 있다. 그러나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보인 것은 뭐니뭐니 해도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이다. 일본 대학생들이 한국의 결승전 진출을 염원하며 '대~한민국'을 외친 것은 불과 두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양국간 정기전을 부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리그전 개최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더욱이 일본 정부는 최근 한국인에 대한 비자면제를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월드컵 기간 중 한시적으로 실시됐던 비자면제 조치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어떤 식으로든 한국과 일본의 축구경기가 정례화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라이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오랜 정규리그를 거치며 남미의 두 강호로 성장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라이벌과의 대결은 양팀 모두의 실력을 상승시키기 마련이며 강팀으로 단련됐을 때 월드컵과 같은 세계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공동개최의 시너지 효과는 비단 축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제 연구개발도 국내 완결형에서 글로벌 네트워킹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국가간 공동연구에서 한발 더 내딛은 '연구 개발의 세계화'라고 할 수 있다. 국가와 국가 사이의 거래와 협력을 국제화라고 할 때 세계화는 지구촌 전체가 단일경제 체제로 통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온전한 국제화 체제를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59개국을 대상으로 하는 WEF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지난 99년 당시 22위를 기록하고 있다. 관세 및 무역제도는 그보다 훨씬 떨어지는 36위, 금융시장에 대한 외국기업 접근도는 46위, 외국 자본시장으로의 우리 기업 접근도는 47위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아직도 기업활동하기 어려운 나라, 국제화에서 크게 뒤쳐지는 나라라는 결론이다. 물론 예전과 비교하면 공통 관심분야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연구가 꾸준히 늘고는 있다. 최근에는 환상과 뇌활동에 얽힌 비밀을 해독하기 위해 한ㆍ미 과학자들이 공동연구에 나섰고 인천 국제 유통단지 조성에 한ㆍ네덜란드가 힘을 모으고 있다. 독일의 세계적 응용연구기관 프라운호퍼연구회는 공동연구는 물론 자신들이 확보한 기술 개발 노하우를 우리 기업에 이전하고 우리 기업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주하려는 심포지엄을 생기원과 공동으로 개최했다. 생기원은 미 버클리대로와도 연구진과 기업인들이 적극 참여하는 생산기술 개발 공동연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연구개발의 국제화가 세계적 수준의 개방성과 유연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채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국제 공동연구에 대한 접속이 아직은 소수 연구기관과 기업들만의 몫이고 그 영역도 제한돼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선은 연구개발의 국제화렐섟宛?물꼬를 트기 위한 정책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미국과 독일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막강한 생산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월드 베스트가 되는 적기를 맞았다고도 볼 수 있다. 다른 어느 때보다 연구개발의 국제화ㆍ세계화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완결형' 연구개발을 고집하는 것은 세계가 월드컵에 열광하고 있을 때 자국 리그전에만 열 올리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연구개발 분야에 있어서의 국가 간 자유로운 소통은 세계화의 시작이자 그 완결이기도 하다. 오늘날 경제를 둘러싼 국가별 경쟁은 축구경기보다 더 숨막히게 펼쳐지고 있다. 경제분야에서의 경쟁은 리그전이 아니라 전 경기 모두 토너먼트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주덕영<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