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업종 Inner View] 금융자동화기기(ATM)

신권 특수 "끝"… 사업다각화 압력 거세<br>올 1兆규모 자동화기기 교체로 사상최대 호황 누려<br>업체간 경쟁은 더 치열해져 또다시 '출혈공급' 우려<br>"당분간 시장침체" 해외진출·텔러ATM 틈새공략 나서


올해 금융자동화기기(ATM) 업계는 신권 발행에 힘 입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정체된 시장에서 저가 공급경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던 ATM업체에 신권은 '가뭄에 단비'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신권 특수가 끝나면서 업계는 다시 스스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내년에 고액권 발행이 예정돼 있지만, 신권만큼 ATM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예상이다. 결국 사업구조를 다변화 하고, 해외판로를 개척하지 않는다면 과거처럼 최저가 입찰에 따른 출혈경쟁이 다시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유래 없는 '신권 특수'=5,000원, 1만원 신권 발행으로 은행권이 ATM을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 하면서 ATM업계는 지난해부터 올 3분기까지 정신 없이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약 1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자동화기기 교체 및 업그레이드 시장에서, 노틸러스효성, 청호컴넷, LG엔시스, FKM 등 4개 메이저 ATM회사는 경쟁사와 차별화 된 신기술이 탑재된 기기를 잇따라 출시하며 앞 다퉈 시장 쟁탈전에 나섰다. 올 들어 지난 11월말까지 4사의 금융자동화기기(CD 포함) 수주 규모는 약 2만 여대. 내년에 약 1만 여대의 수요가 예상되고 있으니 두 배나 되는 수요가 한꺼번에 발생했던 셈이다. 수요가 늘면서 저가경쟁도 점차 완화돼 원가 이하로까지 곤두박질 쳤던 ATM 단가도 상당 부분 회복됐고, 시장 분위기도 한층 고무됐다. ◇구조조정 압박도 커져=하지만 '특수'는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법. 일본 등 신권을 발행했던 국가들도 ATM업계의 특수는 2~3년을 넘지 못했다. 오히려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A은행은 B회사의 ATM을 쓴다' 식의 암묵적인 시장 구도는 무너졌고, 노틸러스효성과 청호컴넷이 '안전하게' 점유하던 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의 ATM 입찰에는 LG엔시스와 FKM이 숟가락을 꽂으면서 4개 사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 언제든 저가 출혈경쟁이 다시 나타나 업계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 구조조정에 따라 ATM 구매시장도 텃밭이 사라진 상태였는데, 신권 특수로 인해 그나마 희미하게 남아있는 선마저 완전히 지워졌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발행될 것으로 보이는 5만원, 10만원 고액권이 도입되지만, 신권 도입만큼 큰 파급력을 가져오긴 어려워 장미빛 미래가 연장되길 기대하긴 더욱 어려운 상태. 여기에 산업자원부가 지난 3년간 총 140억원을 투자해 추진해온 ATM 핵심부품 국산화 프로젝트가 내년에 완료되면 이 문제 역시 업계 경쟁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매번 일본에서 들여오던 핵심 부품들을 국내에서 공동생산 할 경우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에 떠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업구조 다각화 시급=ATM업계의 단순한 사업구조를 좀 더 다양하게 펼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도 단순 물품공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토털서비스 공급회사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ATM을 공급한 후에도 감시 및 유지보수를 책임지는 서비스를 제공, 수익구조를 다변화 하고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효과를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지문인식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하고 있는 ATM의 장애 비율을 낮추는 동시에, 인터넷ㆍ모바일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채널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ATM의 안정적 운영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당분간 국내 ATM 시장이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는 해외시장 공략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ATM 업계는 미국, 중국,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해 왔다. 하지만 국내업체의 수출은 비은행권 CD(현금지급기) 위주였고, 현지 은행을 직접 공략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국내업체도 은행권 공략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비금융권 ATM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노틸러스효성은 카자흐스탄 얼라이언스뱅크와의 계약 체결에 성공했으며, LG엔시스는 중국시장 전용제품을 개발ㆍ출시하는 등 수출향 ATM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국내 틈새시장 공략 움직임도 분주하다. 업계가 내년에 주목하는 시장은 텔러ATM이다. 텔러ATM이란, 은행에서 창구 직원들이 사용하는 직원용 ATM으로 영업점 업무의 효율ㆍ자동화가 목적인 ATM. 일본에서는 은행 창구의 90%에 이 기기가 설치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텔러ATM이 도입될 경우 은행 창구 직원들은 고객과의 대화 시간이 늘고, 마감정산 업무가 훨씬 빠른 속도로 마무리될 수 있다"며 "은행권이 텔러ATM 도입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친 상태인 만큼, 내년은 판매가 급증하기에 앞서 시장이 열리는 단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中철벽시장 뚫어라" 업계, 올림픽등 수요 폭증에 공격적 진출 내년 ATM업계에 화두는 중국이다. 내년에 개최되는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박람회를 기점으로 금융자동화기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ATM업계가 중국시장에서 거둔 성적은 지금까지 쏟은 노력과 비교해봤을 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중국 시장이 NCR, 디볼드 등 글로벌 사업자들의 최대 격전지인 만큼 대형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한 데다 GRG뱅킹 등 중국 로컬업체의 수성 또한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황병길 노틸러스효성 중국팀장은 "중국 은행에 ATM기를 공급하기 위해선 해당 은행의 공식인증업체로 선정된 후 각 성 단위로 수요가 발생했을 때 그 수량만큼을 공급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3~5년 주기로 돌아오는 인증을 받지 못하면 아예 공급자격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철옹성 같은 중국시장을 뚫기 위한 우리나라 업체들의 노력도 끈질기다. 노틸러스효성은 올해 우정은행의 공급업체로 선정된 데 이어, 내년에 예정된 메이저 은행의 인증절차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LG엔시스는 지난 6월 중국 ATM운영 사업자들과 파트너쉽을 맺고 시장 진입 기회를 노리고 있으며, 청호컴넷은 새로운 파트너 사와 공동법인 설립을 통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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