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버냉키 풋.
요즘 뉴욕증시에서는 주가가 악재와 호재에 거꾸로 움직이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주식시장이 경제지표 하나에만 의존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며 호재에 주가가 늘 오르고 반대로 악재에 내리는 것만은 아니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달 예상을 뛰어넘는 0.5%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재료와 지수의 불일치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 8월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한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신용경색의 후유증이 반영된 9월 중 미 경제지표는 하나 같이 엉망이다. 주택가격과 판매실적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고 미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 신뢰지수와 자동차 판매실적은 물론 제조업 경기의 선행 지표인 내구재 주문율도 곤두박질쳤다. 미 경제가 잠재성장률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다우지수는 신용경색이 언제 있었냐는 듯 단 2개월 만에 1만4,000포인트를 회복했다.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경기지표가 월가의 예상보다 더 나빠졌는데도 주가가 오른 것에 대해 월가 전문가들은 “FRB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시장은 이른바 ‘버냉키 풋(put)’을 기대하는 것이다. 원래 ‘풋(Put)’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에 주식 등을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시장이 동요할 때마다 금리인하를 단행, 시장안정을 도모했던 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의 ‘그린스펀 풋’을 빗대 ‘버냉키 풋’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이다. 마치 주식시장이 풋옵션을 사둬 약정된 가격이하의 손실을 절대 입지 않는 것처럼 버냉키 의장이 어려움에 처한 투자자들을 구제할 것이라는 의미다.
만약 FRB가 시장의 기대대로 추가로 금리인하를 단행한다면 주식 시장은 반기겠지만 그렇게 환영할 일만도 아니다. 금리 인하가 경기침체에 대비한 선행적 통화정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또 버냉키 의장이 학자시절 그린스펀 전 의장의 저금리 정책을 비판해왔고 그가 잭슨홀 연설에서 “FRB의 임무가 무책임한 투자자를 구제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는 점에서 ‘버냉키 풋’은 아직은 설익은 신조어라는 지적도 있다.
이달 말 FRB가 월가 투자자들의 기대대로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지 아니면 무책임한 투자자에게 경종을 울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