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가들이 최근 증시에서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연일 사들이고 있어 매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 1ㆍ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데 이어 일부에서는 2ㆍ4분기 실적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외국인들은 ‘나 홀로 매수’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삼성전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월8일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47.16%까지 급감했으나 이후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48.29%까지 높아졌다. 물론 지난해 초 53%대였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두 달 새 외국인 순매수 속도는 확실히 빨라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종목 가운데 순매수 규모도 단연 1위다. 외국인은 3월 이후 삼성전자 주식 6,324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순매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외국인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7,000원(1.23%) 내린 56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월13일 기록한 연중 저점(56만2,000원)과 불과 2,000원 차이다. 주가가 힘을 못 쓰면서 25일 삼성전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9개월 만에 11%대가 붕괴되면서 10%대로 낮아졌다. 이날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83조768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758조6,962억원)의 10.94%를 기록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넘어 고공비행을 하면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종목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시장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에 따라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투자가들은 삼성전자 비중을 줄이고 건설주나 은행주 등 다른 섹터로 이동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증시 대표주’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삼성전자에 대해 외국인들이 유독 애정공세를 퍼붓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개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취매 성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턴어라운드에 임박한 시점에서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것. 송종호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D램 선물가격이 2달러대로 하락한 상황에서 현물가격이 2달러선을 뚫고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반도체시장은 거의 패닉 분위기”라면서 “하지만 D램 가격은 2달러선에서 바닥을 다지면서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외국인이 이 점을 염두에 두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최근 수익이 나는 다른 섹터를 사기 위해 삼성전자 물량을 줄이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지난해부터 충분히 삼성전자 비중을 줄여놓았기 때문에 다시 채워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 주가는 56만원선이 바닥인 것으로 보이며 D램 부문의 부진을 낸드 및 LCD 등이 상쇄하면서 2ㆍ4분기부터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