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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2002년 "5년, 10년 후에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휴대폰, TV 등에서 성과를 내면서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음에도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표현한 것이다. 이 회장은 또 2012년 4월 건설·중공업 부문 사장단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건설과 중공업도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 기업으로 육성해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그룹 사업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회장의 지적처럼 전자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와 스마트폰 이후 먹을거리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삼성이 당면한 현실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에 삼성은 지난해부터 계열사 간 지분정리와 합병 등을 통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한편 사업구조 개편 작업을 속도감있게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삼성전자 중심의 수직 계열화가 구축됐고,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정밀화학의 합병으로 화학 분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투자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의 상장도 결정됐다. 이 같은 사업구조 조정은 3세로의 경영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도 해석되지만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가 일차적인 목표다.
사업조정과 함께 스마트폰 등 기존 주력 사업의 성장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신사업 육성을 위해 투자도 늘리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10년 바이오 제약·의료기기·태양전지·자동차용 2차전지·LED(발광다이오드)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선정하고 오는 2020년까지 23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5대 신사업은 부문별로 성과가 엇갈린다. 2차전지와 바이오·제약 분야는 성과가 속속 가시화되고 있지만 의료기기와 LED·태양전지는 그렇지 못하다. 업종 특성상 장기 투자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업황의 영향도 많이 받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삼성SDI가 맡고 있는 리튬이온 2차전지 사업은 전기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포트·크라이슬러·마힌드라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한데 이어 독일 BMW와 폭스바겐 등과도 공급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는 등 공급처를 확대하고 있다.
바이오 제약 사업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삼성은 바이오제약 산업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2011년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등이 출자해 글로벌 바이오 제약 서비스 업체인 '퀸타일즈'와 함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사업(CMO) 합작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7월 다국적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와 항체 항암치료제에 대한 10년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사 로슈와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장기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지난 4월에는 BMS와 추가로 생산 확대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CMO 사업에서 성과를 내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인천 송도에 15만ℓ(동물세포배양기 사이즈 기준) 규모의 제2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초 2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8만ℓ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돼 스위스 론자,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CMO 업체가 된다.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바이오 시밀러 제품 개발과 사업화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의료·헬스케어 사업은 5대 신수종 사업 중에서도 삼성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특히 주목하는 분야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및 모바일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료서비스 분야에 접목할 경우 시너지 효과는 물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직 의료기기 사업의 매출이 많지 않지만 고령화와 유비쿼터스화에 따라 성장성이 큰 분야여서 삼성은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오는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매출 10조원과 고용 9,500면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4월 중국에서 열린 보하오 포럼에 참석해 "현재 많은 국가들이 고령화 문제에 직면하면서 의료비 지출이 급격히 늘고 있어 각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의료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다면 엄청난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의료·헬스케어 사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