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원칙 함부로 바꾸지 말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원칙을 무시하는 행동을 일삼다가 비리에 연루돼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하도 많은 유명 인사들이 소위 말하는 각종 '게이트'에 연관돼 있다 보니 누가 어떤 사건으로 구속됐는지, 또 누가 무슨 사건으로 현재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지 혼동하기 일쑤다. 게다가 일부 인사들은 사건들마다 약방에 감초 격으로 끼어 있는데다 그나마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엉켜 있어 마치 한편의 미스터리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따라서 사건의 내막을 파악하려면 사건들마다 범죄흐름도와 함께 비리 인사들에 대한 범죄사실을 상세히 메모라도 해둬야 할 판이다. 비리금액은 또 왜 이리 큰가. 일단 터졌다 하면 수십억원 아니면 수백억원 이상이니 성실하게 일하는 서민들의 눈에는 위화감만 불러일으키는 액수다. 국민들도 하도 '억'이라는 단위의 비리금액이 낯익어서인지 이제 몇천만원의 금품을 받다가 구속되는 사람은 동정심을 얻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있다. 지구촌 축제인 월드컵 경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부분 국민들은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때와 달리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침체된 이 분위기를 마지막까지 축제 분위기로 바꿔보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서민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최근 잇따라 터지는 각종 비리사건이 가장 큰 요인이 아닌가 싶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홍걸씨가 최근 이권 관련 청탁과 함께 15억원의 대가성 있는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서울구치소 내 2.17평 크기의 독방에서 성경책을 읽으며 기도하는 등 조용한 수감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홍걸씨의 구속은 어디에서 비롯됐는가. 대통령의 아들로서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걸씨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가 '(대통령의 아들로서) 지혜롭지 못한 처신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말한 것에서 엿볼 수 있다. 또 문희갑 대구시장, 최기선 인천시장, 유종근 전북지사도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의 기본 품위를 지키지 못하고 금품을 챙기다 철창신세를 지고 있다. 권노갑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비리는 한결같이 공인으로서의 원칙을 저버린 행동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원칙 무너뜨리는 행동 때문에 지금까지 쌓아온 명예를 한순간에 날려버리고 말았다. 앞으로 사법처리될 인사가 어디 이들뿐이겠는가. 대통령의 둘째 아들 홍업씨를 비롯한 많은 인사들이 여전히 수사 선상에 오르내리고 있어 그 대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기본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초래되는 잘못된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신용카드와 관련된 범죄도 한 예가 아닌가 싶다. 카드 빚을 고민하다가 자살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고 카드 빚을 갚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남의 물건을 훔치는 등 카드와 관련된 범죄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카드회사들이 카드 남발을 억제했다면 이 같은 사회적 병폐는 대폭 감소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같은 사회현상 속에 최근 국회의원 146명이 우리나라 선수들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월드컵 16강 이상 진출시 병역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모양이다.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안착하기를 기대하지 않을 국민은 한사람도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군 문제만큼 민감한 것도 없다. 이러한 군 문제를 규정까지 바꿔가며 혜택을 주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이 의원들은 병역법 시행령 규정을 이번 대회에 한해 예외적으로 고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나 원칙이 무너진 예외는 계속해서 또 다른 예외를 만들 수밖에 없다. 일부 선수들에게 군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치자. 그럼 군 문제를 해결한 나머지 선수들에게는 무엇으로 보상해줄 것인가. 또 무슨 종목이든 앞으로도 계속해서 국제대회는 열리게 마련이다. 형평성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 따라서 원칙을 무시하고 그때그때 입맛에 따라 정책을 펴려고 해서는 안된다. 원칙을 무시하고 무리수를 둔다면 결과는 뻔하다. 기자 윤종렬<사회부장>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