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조계륭 무역보험공사 사장

"阿등 전략지역 무역보험 대폭 늘려 시장 선점 지원할 것"

조계륭 무역보험공사 사장 /사진=이호재기자

조계륭 무역보험공사 사장 /사진=이호재기자

플랜트등 대형 프로젝트 금융 활성화에도 힘써… '포스트 무역1조弗 시대' 앞장
중소기업 통한 고용창출위해 수출 1억弗 이상 중견기업 내년까지 100社 발굴·지원
최고위험관리 경영자 도입, 외부인 영입·조직개편으로 리스크관리 강화 나설것
"러시아와 아프리카ㆍ인도 등 신흥시장에 대한 무역보험 규모를 지난해 18조원에서 오는 2013년에는 45조원으로 크게 확대해 우리 기업의 시장 선점을 이끌 계획입니다." 조계륭(57ㆍ사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은 "연간 무역 1조달러 시대를 넘어 2조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이들 전략적 특수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이달 초 9,000억달러를 넘어섰고 다음달 초순께 세계 9번째로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1974년 수출입 규모 100억달러 시대를 연 지 40년도 안 돼 100배로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의 무역이 이처럼 큰 폭으로 늘어난 데는 기업들이 마음 놓고 수출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1992년에 설립된 공사는 설립 당시 수출보험 지원 실적이 1조8,00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원규모가 190조원으로 지난 20여년간 무려 100배나 증가했다. 수출 강국에 있어 무역보험을 빼놓고 이야기하기가 이제는 힘들어진 셈이다. 조 사장은 9일 종로 서린동 본사 사장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0년 가까이 한길만 파온 '무역보험의 달인'답게 내년 창립 20돌을 맞은 공사의 밑그림도 내놓았다. 그는 특히 "전세계적으로 수출 중소기업 지원을 통한 고용창출이 국가 무역보험의 큰 화두로 등장했다"며 "내년까지 수출 1억달러 이상의 글로벌 중견기업 100개사를 발굴해 집중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등 전략시장 개척 무역 2조달러시대 준비 무역보험공사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바로 전략적 신시장 개척과 고부가가치의 투자개발형 프로젝트 수출이다. 공사는 이를 위해 9월 포스트 무역 1조달러 시대에 대비한 '미래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전략적 특수시장 지원 방안'을 발 빠르게 마련하기도 했다. 러시아ㆍ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전략적 특수시장'으로 표현하며 집중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선진국의 경기침체 장기화와 기존 세계경제를 주도하던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도 증가하는 등 대외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따라서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신(新)신흥시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어 공사도 이에 대한 준비를 적극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사는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중소기업 전용보험을 1,100억원 한도 내에서 운용하고 무역보험 지원한도도 2배 이내에서 우대해주기로 했다. 또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 국가에 대해서는 가능한도의 3배 이내에서 무역보험을 지원하고 있다. 또 아프리카 등지에 현장 위주의 기동성 있는 지원을 위해 이동식 지사인 '모바일-K 오피스'도 가동하기 시작했다. 수출기업의 요청에 따라 장기출장 형태로 운영되고 300만달러 이내의 소액한도는 현장에서 곧바로 보상한도를 책정해주고 있다. 다음달에도 5명의 직원이 아프리카로 파견될 예정이다. 아울러 플랜트 등 대형 프로젝트 금융의 활성화도 공사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분야다. 조 사장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무역규모를 더욱 늘리기 위해서는 대형 플랜트 사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여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금융인데 이들 사업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자금조달 등에 특히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공사는 6월에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해 중국개발은행(DDB)에 무역보험을 제공해 9억달러의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지원한 바 있다. 석유와 가스 등 해외자원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이 분야와 관련된 무역보험도 공사가 최근 들어 신경 쓰고 있다. 공사는 지금까지 약 5,000억원 규모의 해외자원개발펀드 보험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달 말까지 정부로부터 추가적으로 300억원이 더 투입돼 앞으로 자원개발과 관련한 보험 지원이 5,000억원가량 더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 무역지원 강화에 역점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무역보험의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무작정 수출의 양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어 있는 질적인 면을 개선하는 게 무엇보다 큰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달 하순에 세계 신용투자보험자 연맹에 참석했는데 모든 나라의 고민이 무역보험을 통한 고용창출로 귀결됐습니다. 미국 역시 중소기업들의 해외수출을 적극 독려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중소기업 지원을 통한 고용창출이 무역보험의 국가적 화두가 된 셈이죠." 무역보험공사도 흐름에 발맞춰 중소ㆍ중견기업 지원을 그 어느 때보다 강화시켜나갈 계획이다. 조 사장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중소기업 무역보험 지원규모는 73조원으로 43.5%를 차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맞춤형 중기지원 프로그램과 내년까지 수출 1억달러 이상의 글로벌 중견기업 100개사를 발굴해 집중적으로 지원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사의 맞춤형 중기지원 정책을 보면 수출 100만달러 이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이용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패키지 형태의 보험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또 수출이 성장기에 접어든 기업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75%까지 할인해주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조 사장은 "공사는 특히 중소 및 중견기업들이 아프리카 등 수출 신대륙을 공략하는 데 지원의 주안점을 둘 계획"이라며 "아프리카 수출의 큰 장애요인이었던 수출대금 회수의 불확실성을 완화시켜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이를 위해 지난달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중소기업들의 무역보험 한도를 높이고 30만달러 이하의 소액거래는 즉시 지원해주며 평가제한 수입자에 대한 한도도 정상화시켜주는 등의 내용을 담은 지원강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무역보험공사는 지난달 IBK와 업무협약을 맺고 중소ㆍ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1,000억원을 출연받아 총 3조원 규모의 수출보증 및 보험 한도 우대, 보증 및 보험료 지원 사업을 해나가기로 했다. 항상 유동성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현금흐름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보험 이후 곧바로 기업에 현금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다. 조 사장이 취임 직후 여러 은행을 접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중소기업들에 보험료를 지원해주는 사업도 지난해 39억원에서 올해는 51억원으로 크게 확대시키기도 했다. 조 사장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수출 후 수입업자로부터 대금 지불을 기다리지 않아도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은행들과의 협력을 통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외불안 증가에 리스크관리 강화 무역보험공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3년간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금융위기 당시 정부의 지원정책에 따라 SLS조선 등 일부 조선업에 대해 대규모 무역보험을 했으나 사업부진으로 이어지며 결국 공사에 부메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공사의 자본금도 1조9,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따라서 6월 말에 조 사장이 공사의 CEO로 위임한 직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바로 리스크 관리 강화다. 조 사장은 "그동안 일부 의사결정에서 쏠림 현상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동안 공사의 기능이 무역에만 많이 치우쳐 있었는데 이제는 금융기능에도 신경을 특히 많이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사는 최고위험관리경영자(CRO) 개념을 도입하는 등 리스크 관리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무역보험 심사종목도 19개에서 15개로 축소해 보다 세심한 관리에 나서기 시작했다. 리스크 관리 위원회 멤버 역시 내부 직원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새롭게 4명이 참여하도록 했다. 아울러 해외 수입자와 국가별 산업위험 정도를 계량화한 위험관리지표도 8월부터 도입해 최근 증가하고 있는 해외 리스크에 대처하고 있다. 조 사장은 "올해 공사의 예상 지원실적이 190조원으로 예상되는데 대부분이 해외 리스크"라며 "글로벌 재정위기의 확산으로 세계경제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유럽발(發) 글로벌 재정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유럽 지역의 보험사고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유럽 지역의 보상금액은 8월 3,000만원에 그쳤으나 지난달에는 43억원으로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조 사장은 "리스크 관리는 최대한 시장 친화적으로 하려고 한다"며 "내부와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공유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의 포인트를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수지 균형 대기업 보험요율 단계 인상 무역보험공사는 내년 7월이면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따라서 2009년부터 이어온 적자경영을 올해까지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수지를 균형상태로 맞추며 경영의 새 출발을 선언하겠다는 게 조 사장의 생각이다. 조 사장은 "무역보험의 정책적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사고율과 리스크 등을 반영해 단계적으로 보험료율을 현실화하고 이를 통해 자체 수익기반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지개선의 하나로 공사는 중소기업을 제외한 대기업들과 일부 지역에 대한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조 사장은 "대기업의 단기보험료률이 현재 대략 0.3% 정도인데 이를 2015년까지는 0.4% 정도로 끌어올릴 방침"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일부 위험지역에 대한 보험료 인상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 사진=
첫 공채 출신 CEO… 무역보험 30년 외길
■조 사장은 햄버거 미팅·폭탄주 번개팅 가지며 위축된 조직 분위기 쇄신에 힘써 조계륭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은 국내 무역보험의 산증인이다. 지난 1981년 한국수출입은행에 입사해 무역과 관련한 일을 해온 지도 올해로 만 30년. 그는 1992년에 한국수출보험공사(현 무역보험공사) 설립준비위원회에도 참여한 공사 탄생의 산파이기도 하다. 그는 올 6월 공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공채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 됐다. 무역보험과 관련한 일만 30년을 해온 만큼 이 분야에서는 그야말로 '달인'인 셈이다. 하지만 그는 CEO로서 오히려 이 점을 경계한다. "수출보험을 잘 안다는 게 사장으로서 장점일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못하면 실무에 사장이 직접 끼어들 수도 있는 만큼 내 역할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직원들의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그가 직원들을 향해 자신을 '형'이라고 습관적으로 칭하는 것도 단순히 연륜뿐 아니라 조직 분위기를 최대한 쇄신하기 위해서다. 사장 취임 이후 '1인 1동호회'를 독려하고 직원들과 '햄버거 미팅'뿐 아니라 '폭탄주 번개팅'도 자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사는 내년이면 스무 살 청년이 된다. 조 사장의 감회는 누구보다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내 수출기업의 무역보험 이용률은 23%, 금액으로는 187조원에 달했다. 4개의 수출품 중 1개가 공사의 지원을 받은 셈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을 416억달러가량 증가시키고 고용도 38만명이나 늘리는 효과로 이어졌다. 그는 "첫 걸음마를 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공사가 청년기에 접어들었다"며 "앞으로는 공사가 무역보험 제공뿐 아니라 수출교육과 컨설팅까지 담당하는 종합무역투자진흥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 데 힘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사는 내년 창립 20주년을 맞아 수출기업과 직원들이 비정부기구(NGO)인 해비타트와 함께 아프리카 주민에게 집을 지어주는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 약력 ▦1954년 경기도 파주 ▦1974년 선린상고 ▦1981년 건국대 경제학과 ▦1981년 한국수출입은행 ▦1991년 한국수출보험공사 설립준비위 ▦1993년 국무총리상 ▦2001년 수출보험공사 홍보비서실장 ▦2009년 수출보험공사 상임이사 ▦2010년 무역보험공사 부사장 ▦2010년 석탄산업훈장 ▦2011년 무역보험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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