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특별 인터뷰] 오세훈 서울시장 "전면 무상급식 막아 포퓰리즘 정치인 정신 차리게 할것"



[특별 인터뷰] 오세훈 서울시장 "전면 무상급식 막아 포퓰리즘 정치인 정신 차리게 할것" 대담=김현수 정치부 차장 hskim@sed.co.kr 정리=임세원기자 why@sed.co.kr 사진=김동호 기자 dhkim@sed.co.kr '오세이돈' 별명이 억울한 오세훈의 변명 "수해 예산 1/10로 줄었다니…" 소득 구분 없이 月 5만원 주면 서울시 자립형 복지시스템 붕괴 과도한 재정지출 정책 추진땐 언젠간 곳간 비고 美꼴 난다 대선 불출마 싸고 밤새도록 고민… '바람직한 복지' 유권자 손에 달려 지난 12일 밤 무상급식 주민투표 첫 방송토론회를 마치고 나온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쳐 보였다. '대선 불출마' 발표에 토론까지 했으니 지칠 만도 하다. 대선 불출마를 발표하기 전날 오 시장은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밤새도록 이걸 어디(대권 불출마와 서울시장 사퇴)까지 해야 하나 고민하느라 자다 깨다 했다. 피곤해 보이지 않나. 대권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내 목소리에 힘이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오늘은 여기(대선 불출마)까지 한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이 반대한 탓에 시장직을 거는 데까지는 나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오 시장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어떻게 바람직한 복지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은 대통령도 못한다. 오직 현명한 유권자들이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투표를 앞두고 대선 불출마의 승부수를 던진 오 시장. 하지만 누구도 대권주자 후보 반열에서 그를 내려놓지 않는다. 오는 24일 주민투표일을 앞두고 서울시장직까지 걸 것인지, 또 한번의 결정을 남겨놓은 오 시장은 대선에 대한 포부를 결코 숨기지 않는다. 오 시장은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와 차이가 많이 나는 2위이다. 이 때문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 반대진영에서는 그가 무상급식 투표로 대선판도를 흔들려 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승리하더라도 그의 대권가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는 "단계적 무상급식이 채택된다면 오세훈의 지지율이 급등하겠다고 하는데 그것도 다른 주자와 지지율이 비슷해야 영향을 미치지 5%, 8%를 왔다갔다하는 지지율로 어떤 영향을 미치겠냐"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선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개표에 필요한 득표율인 33.3%를 달성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시장직까지 걸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는 "(시장직을 거는 문제는) 마음의 결정을 아직 하지 않았다. 결정한다면 한나라당을 설득하는 게 필요할 것"아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주민 투표율은 많아야 30% 초반으로 예측된다. 시장직을 걸어도 5%포인트 정도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투표율이 낮아 개표를 못한 채 끝난다면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에서 오 시장의 시정활동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오 시장은 왜 벼랑 끝 전략까지 내세우며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집착할까. 대선 불출마 발표 이틀 전 그를 만났다. 대선후보에 대한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난 오 시장은 주민투표가 현재 나오는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중구난방으로 무조건 따뜻함을 지향하면 표를 받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정치인에게 정신이 번쩍 나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지나치게 많은 재정이 소요되는 정책은 언젠가 곳간을 비워 지금의 미국처럼 되는 거다. 신용등급이 깎인다고 생각해보라. 더 가면 그리스처럼 된다. 그래서 유권자가 막아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 재정건전성 문제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걸 보면서 많은 국민이 생각하실 거다. '재정건전성이 이렇게 중요하구나'라고. 한나라당이 그런 것을 전제하면서 좌클릭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가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것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복지와 철학이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 시장은 "시장은 도로ㆍ교통ㆍ주택ㆍ지하철ㆍ버스ㆍ환경ㆍ복지ㆍ문화예술 등 종합행정을 한다. 무상급식이 이슈가 되니 무상급식만 중요한 것 같지만 서울시로서는 수백 가지 복지정책 중 하나일 뿐이다. 서울시의 복지철학은 어려운 분을 도와드리면서 허리띠를 조르라고 하는 자립형 복지다. 전면 무상급식으로 소득구분 없이 한달에 5만원씩 주면 서울시의 자립형 복지 시스템이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대선 불출마 선언 이틀 전인 10일 만난 오 시장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대해 "참 나쁜 정치인" "공당의 대표가 어쩌면 그럴 수 있냐"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오 시장이 손 대표에게 날을 세운 이유는 이번 수해 이후 손 대표가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이 10분의1로 줄었다며 오 시장의 실정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이를 "인터넷 괴담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짧게 수해 얘기를 묻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려 하자 "다음 질문을 듣기 전에 이 기회에 분명히 해야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수해 나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이 시장 취임 때 100억원이었는데 10분의1로 줄었다는 인터넷 괴담이 많았습니다. 공당 대표인 손 대표는 확인도 하지 않고 비판했어요. 그런데 대책을 따져 묻는 시의회에서는 그 얘기가 한 마디도 안 나왔습니다. 정말로 예산이 10분의1로 줄었다면 (시의회에서) 야당이 소금을 뿌리려고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오 시장은 손 대표가 '괴담'을 '악의적'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괴담이 떠돌면 대표는 확인하고 적어도 수해 기간에는 자제를 해야하지요. 참 경솔한 손 대표의 모습을 봤습니다. 참 나쁜 정치인이에요. 예산을 10분의1로 줄였으면 민주당은 책임이 없습니까. 서울시의회의 4분의3인데 자기들 책임이지요. 두고두고 분명하게 짚을 겁니다." 시민들이 서울 디자인 프로젝트에 들어간 수천억원의 예산 때문에 수해방지에 소홀하지 않았냐고 지적한다고 묻자 그는 "민주당의 정치적 공세다. 디자인은 안전을 최우선한다. 그 다음에 멋도 부리고 기능도 하는 거다. 상식 아닌가. 전임 시장인 이명박 대통령이 수해방지에 2,000억원대, 그 전임은 1,000억원대를 썼는데 나는 3,000억원대 쓰고 있다. 디자인 프로젝트 하느라 수해방지에 예산을 쓰지 못했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라고 주장했다. 대선후보로서 박근혜 전 대표를 오 시장은 '권력'이라고 지칭했다. 박 전 대표 쏠림현상에 대해 묻자 "권력이라는 것은 세가 보이는 쪽에 지남철(指南鐵)처럼 몰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그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 다음 말이었던 듯하다. "정치를 오래하면 할수록, 중요한 자리에 있을수록 견제를 하는데 이제는 견제를 넘어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까. 수치를 갖고 거짓말하는 덧칠을 시장 하는 5년 동안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내가 앞으로 10년 동안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을 축소하지 않았다고 얘기해도 믿어주지 않을 겁니다. 책임을 지는 순간 많은 오해를 받게 돼 있습니다. 이미지를 지키려고 아무것도 안 하면 정치는 못하는 겁니다. 공직은 욕먹고 들어올 각오를 하지 않으면 절대 못합니다(잠시 침묵). 박 전 대표가 침묵을 지키는 이유를 알겠습니다(웃음)." 현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 오 시장은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정운찬 전 총리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그는 무상급식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수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왜 그런(초과이익공유제) 사회적 논의가 등장했는지 고민해야 한다. 정치인마다 이렇게 저렇게 과격한 반응을 내놓고 비판이 터지면 쑥 들어가는 것은 국민 보기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사회적 약자들의 적개심만 불러일으켜 오히려 바람직한 경제운용을 불가능하게 한다" 고 말했다. 오 시장은 하지만 동반성장을 위한 기업의 자성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장을 위해) 대기업에 유리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불리한 환율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대기업 스스로 무엇이 국민들로부터 동의를 받을 수 있는 경영행태인지 돌아봐야 한다. 그게 안 되니까 다소 극단적인 형태의 초과이익공유제가 나올 수 밖에 없던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쉬지 않고 서울시의 대중소기업 상생 성공사례를 들었다. "서울시는 하도급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지자체 중 처음으로 담당관을 따로 만들고 동네 슈퍼의 물류비와 창고비 절감을 위해 공동창고를 만들었다"며 "또 슈퍼닥터라고 해서 상품 진열방법부터 가르쳐줬다. 정치인은 초과이익공유제 같은 되지도 않을 말을 앞세우지만 서울시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오 시장이 나중에 대선에 출마한다면 다른 정치인 후보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 묻자 "당연하다"며 "우리는 뭘 물어봐도 중앙정부보다 앞서가고 있다. '다 하고 있는데 이런 시행착오를 겪고 있습니다'라고 답할 수 있다"며 "우리가 실시한 것 가운데 중앙정부가 베껴간 게 수십 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또 하나의 정책이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인 서해뱃길사업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지난 6월 김포에서 여의도 선착장까지 15㎞의 항로를 만들어 경인 아라뱃길과 연결하는 서해뱃길사업은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선박 이용객과 경제적·재무적 타당성 부족으로 운영적자가 누적돼 사업효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서해에서 인천ㆍ김포로 들어오는 경인 아라뱃길에 중앙정부 예산 2조2,000억원을 들였는데 나머지 김포에서 여의도까지 10분의1인 2,200억원을 들여 경인운하를 만들지 못하게 하면 2조2,000억원이 사장된다. 도대체 어떤 경제성을 말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10년 뒤 대한민국의 가치를 '품격 있는 문화'에서 찾았다. 어쩌면 차차기 대선에서 그가 추구할 시대정신일 것이다. 그는 "양극화가 심해지고 미국발 금융위기에 수해까지 겹쳐 문화 얘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대한민국이 소득 3만달러를 이루기 위한 조건은 불변의 가치에 대한 투자 마인드와 과잉복지가 아닌 지속 가능한 복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당장 다음 대선에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봤다. "내년 사회 분위기가 품격 있는 문화에 주목하기는 불투명하다. 경제가 어려울 때 문화 이야기를 하면 미친 사람, 소위 시대정신을 파악하지 못하는 눈치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해법은 여기(문화) 있는데 저기(복지)에서 찾고 있으니…"라며 한숨을 쉬었다. 차기 우리 지도자로 오 시장은 어떤 모델을 내세울까. 서울시장을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행정과 정치를 하는 모델을 원하지 않을까. 그는 "국회의원 출신으로 행정을 안 해봐서 용감무쌍하게 하는 동력도 있다. 다만 밸런스(균형)를 이뤄 현실에 발 딛고 변화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하는데 정치인들은 너무 중구난방으로 불쑥 튀어나온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선택은 현명한 국민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판단은 국민이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선거의 계절이 오면 스윙 현상이 나오지 않습니까. (손으로 왔다갔다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그 정도가 심한데 이면에는 국민이 정치인을 아무도 믿지 않는 현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늘 절묘한 비율과 해석 가능한 결과를 내놓으셨습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시장은 저를 뽑아놓고 의회는 4분의3을 민주당으로 뽑은 것이 나로서는 섭섭하지만….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하겠습니까. 유권자를 믿습니다. 나는 괴롭지만." 부드러움 속엔 '吳씨의 오기·' 지고는 못살아 ■吳시장의 뚝심 오세훈 서울시장이 처음 등장한 신문지면은 정치면도 사회면도 아닌 방송면이었다. 그는 지난 1994년 4월1일 한 신문 방송면에 '오 변호사 배 변호사' 진행자로 발탁됐다는 단신기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그의 나이는 서른셋. 당시로서는 드물게 환경소송에 전력한 변호사인 그는 인천 경남아파트 주민들을 대신해 일조권 소송에서 승리하며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이후 오 시장은 한참 동안 방송 진행자로 국민들의 머릿속에 남았다. 지금은 상대진영에 선 문성근씨를 이어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했고 남성복ㆍ정수기 광고를 찍기도 했다. 방송경력 때문인지 그는 지금도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자랑한다. 12일 SBS 공개홀에서 열린 시사토론 녹화가 끝난 밤10시 반. 그는 몰려든 방청객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어깨를 감싸 안은 채 사진을 찍었다. 대중성은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오 시장에게 사인을 요청한 대학생 방청객 몇몇은 "(오 시장을) 욕하면서도 사인 받는 심리"라며 웃었다. 수려한 외모로 방송을 진행하던 장면을 기억하는 국민들에게 그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진 오 시장은 지고는 못 사는 '오씨(吳氏) 오기'의 소유자다. 오 시장은 1994년 자신이 쓴 책 '때로는 변호사도 울고 싶다'에서 본인의 성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기가 너무 센 남자요 남편이다. 남에게 진다는 생각이 들면 절대로 참지를 못한다. 또 사람 관계에 있어서도 내가 우월한 입장에 서서 베푸는 처지가 되면 오래도록 유지가 되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라면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고는 못 사는 성격 때문일까. 그는 이날 시사토론 녹화 직전 상대방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맞닥뜨렸을 때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지나갔다. 서울시 관계자들도 "자연스럽게 악수는 할 줄 알았다"며 당황해했다. 토론회에 함께 출연한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는 오 시장을 "키만 컸지 물러터졌다"고 말했지만 오 시장은 동의하지 않는 눈치다. ◇약력 ▦1961년 서울 ▦고려대 법학과, 동 대학원 졸업(법학박사) ▦1984년 사법시험 합격 ▦환경운동연합 상임집행위원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 ▦미 예일대 로스쿨 객원교수 ▦16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청년위원장 ▦법무법인 지성 대표 ▦한국노동조합통연맹 자문변호사 ▦33~34대 서울시장 오세훈의 승부수? 텃밭 강남의 민심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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