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민주 대 반민주’ 같은 대결 구도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지난 87년 당시의 사고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시급히 ‘1987년 체제’로부터 탈출해야 한다.” 정덕구(사진)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23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빌딩에서 열린 상의 초청 CEO 특강에서 민주화 이후 정치가 사회 모든 부분을 압도해온 것이 우리 사회의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2월 국회의원을 사퇴한 정 전 의원은 “5년마다 과거를 부정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의 교호관계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면서 사회 전반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국가의 미래비전에 대한 시계(時界)가 극도로 단기화됐다”고 정치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바람’과 지역정서로 덮으려 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제는 상생의 정치와 집합적 문제 해결능력을 중시하는 실용적 정치의식으로 대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386(세대) 같은 민주화운동 정치세력들도 이제는 시장 체제에 맞는 스스로의 문제해결 능력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고비용 저효율의 ‘신한국병’을 해결하기 위해 ▦이념을 뛰어넘는 국가비전과 목표 ▦문제해결을 위한 신권위체제 창출 ▦기업가 정신 고취 ▦농업ㆍ중소기업 등 취약 부문의 조속한 정리 ▦체계적 사회안전망 확충 ▦신빈곤층에 대한 국가적 지원 등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한편 90년대 이후 민주화 시대에 집권한 3명의 전직 대통령에 대해 정 전 의원은 “권위주의 체제를 씻어내고 정경유착ㆍ관치금융ㆍ부패구조 척결에 큰 공을 세웠으나 전환기 관리에 실패해 외환위기를 초래했고 새로운 미래 생존의 틀을 확보해 생존 질서를 마련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재정경제부 차관과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 전 의원은 17대 국회에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등원했으나 “집권여당이 시장으로부터 지나치게 멀어지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생각에 당에 남아 노력했지만 이런 말과 행동을 계속할 수 없게 됐다”며 의원직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