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공단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개포동 주공 8단지는 상업시설보다는 대형 주거단지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단지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인 대형 건설사들에 따르면 인근에 주거지역이 형성돼 있는 등 여러모로 볼 때 재건축을 통한 고층 아파트로 짓는 게 가장 좋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개포동 주공 8단지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서울시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개포 8단지의 기본 용적률은 230%(기부채납 시 250%), 건폐율 60%에 최고 35층까지 지을 수 있어 매수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단지로 평가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주택사업 외에는 리스크가 커서 할 수 있는 개발 사업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 건설사 주택본부 부장도 "개포동 주공 8단지는 강남 지역에 마지막으로 남은 노른자위 땅"이라며 "앞으로 강남에서 지역적으로 그만한 규모의 땅이 나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주택 사업을 염두에 두고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인구 분포상으로 보면 상업지구가 들어설 만한 자리는 아니다"라며 "시장 리스크를 고려하면 아파트 외에는 다른 사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매각 규모가 1조1,000억~1조2,000억원대로 예상되기 때문에 건설사 단독으로 매입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대부분의 건설사 관계자들은 3~4개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매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규모가 워낙 크고 개별 단지별로 상황도 다르기 때문에 건설사 한 곳이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며 "관심은 어느 회사나 다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단독으로 매입하기보다는 컨소시엄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공무원연금공단이 개포 8단지를 통매각하기로 한 것은 날로 증가하는 부채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의 충당부채는 지난해 523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올해 공무원연금 적자보전금 예산만 2조9,000억원에 달한다. 정부 안에 따르면 내년에 3조7,000억원, 2017년 4조3,000억원, 2018년에는 5조원까지 불어난다. 이에 공무원연금은 지난해 7월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통해 개포 8단지와 고덕 9단지 매각으로 1조5,946억원, 개포 9단지 재건축 사업으로 6,578억원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개포 8단지 통매각은 이 같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이다. 공무원공단 입장에서도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에 힘입어 재건축 등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때 제값을 주고 파는 게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