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억장이 무너진다" 사이판 한인회 통탄

'日王방문 환영' 억지 기자회견까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가서 일왕의 사이판 방문을 반대하라." 일왕 사이판 위령방문을 반대해 현지신문에 방문 부당성을 싣고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방문 저지 운동에 나섰던 김승백(44) 사이판 한인회장은 27일 오후 1시 당초 계획을 바꿔 `일왕의 사이판 방문을 환영한다'는 `억지 기자회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처는 이날 오후 사이판을 방문해 28일 `반자이 클립'(만세절벽 혹은 자살절벽)을 방문해 위령제를 지낸다. 김 회장은 "일본에서는 수백 명의 기자가 며칠 전부터 취재경쟁에 들어갔고, 정부 관계자들도 엄청왔다"며 "일왕 사이판 방문 저지를 위해 지난달 고국에 가 정부 관계자, 언론 등에 협조를 요청했는데 약속이나 한 듯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판 주민과 경찰, 일본 경호원, 일본 기자들이 찾아왔고 그들로부터 협박 등 거의 테러 수준의 시달림을 받았다"며 "먹고 살 일이 갑갑해 어쩔 수 없이 방문 환영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가슴을 쳤다. 김 회장은 이어 "역사의 현장에 살고 있는 한인으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려고 방문 저지 운동을 펼쳤는데..,"라며 "조국 대한민국은 뭣이냐.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나홀로 일왕 사이판 방문 환영 기자회견'에 일본 기자들만 북적대는 상황"이라고 현지 사정을 전한 그는 "(사이판에서) 우리의 역사적 정체성을 밝히는 길은 아득히 멀 뿐"이라고 답답해 했다. 김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왕 내외에 대한 한인회의 입장에 대한 착각과 오해를 풀고 우리의 올바른 계획과 의도를 밝히고자 한다"며 "사이판 한인회는 아키히토 일왕 내외를 따뜻한 마음으로 환영한다"고 말해야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 대규모(200명) 시위대가 사이판에 오려는 시도가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고 몇몇 우익 단체의 사이판 시위 계획도 한인회의 적극 저지로 무산되었으며 현재 한국인의 어떤 시위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또 "한 두 사람의 사이판 동포나 사이판 방문 한국인이 일왕의 방문에 시위를 한다 해도 사이판 한인회나 사이판 동포들을 그 개인의 행동이나 발언에 함께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훗날에 대비하는 말까지 덧붙여야 했다. 그러나 그는 "일제시대 때 5천-1만명의 한국 노동자들이 사이판과 티니안에 끌려와 처절히 죽어간 역사를 잊어서는 안되며 모든 현실과 사실로 인해서 한인회는 일왕의 방문이 일본의 전몰자들만을 위한 추모가 아니고 사이판과 티니안에서 2차세계대전 때 목숨을 잃은 모든 민족을 위한 추모의 방문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고호소했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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