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국내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국내설비투자보다 4배나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국내투자 부진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속도를 높일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5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투자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연평균 17.2% 증가한 데 반해 같은 기간 국내설비투자는 4% 늘어나는데 그쳤다.
최근 10년간 해외직접투자 증가율이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의 4배를 넘는 수치다. 이는 직전 10년간(1993~2002년) 해외직접투자 증가율(10.7%)이 국내투자 증가율(4.8%)의 2배였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율 격차가 더 벌어진 셈이다.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과거 1983~1992년 12.9%에 달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 증가율(17.2%)은 전세계(12.4%), G8(10.9%), G20(11.9%)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직접투자 증가의 원인이 생산비용 절감과 상품시장 글로벌화 전략 등 다양한 원인에 기인하지만 기업규제, 기업가정신 약화 등도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국내투자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 전체의 생산능력이 저하돼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를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대한상의는 단기적으로 국내설비투자의 부진을 해소하고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투자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선 ‘규제완화’, ‘역차별 해소’, ‘U턴기업 지원’, '기업가정신 고취'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우선 일부에만 적용하고 있는 네거티브 규제방식을 확대 적용하는 등 기업규제 수준을 대폭 낮추고 투자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에 대한 진입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각종 조세ㆍ현금ㆍ입지 지원 등에서 외국인 투자기업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 국내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국내로 복귀하는 U턴 기업들을 위해 조세감면, 자금지원, 산업단지 입주우선권 부여 등 각종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기업환경 조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뿐 아니라 창업과 틈새시장 공략 등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기업심리가 위축된 만큼 정부가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개선하고 투자촉진을 위한 정책을 펼쳐 국내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