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국發 인플레' 공포 전세계 확산

물가급등으로 중국산 수출제품 가격 상승<br>전세계 물가불안 증폭·경기침체 가속 우려<br>한국, 中수입의존도 높아 각별한 주의 필요



지난 10일 중국의 충칭(重慶)의 한 대형상점에서는 식용유 할인행사에 인파가 몰려 3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발생했다. 또 최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중국인들의 우유소비를 권장하면서 전세계 우유 값이 급등하는 일이 생겼다. 중국의 물가상황이 '살인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과 중국인들의 소비변화가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중국이 3개월 연속 6%대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록하면서 전세계에 '중국발(發)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물가급등이 중국산제품의 수출가격 상승을 유발, 전세계 물가가 동반상승하고, 이것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18%에 달해 '중국발 인플레이션'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대비 6.5% 상승, 10년래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특히 식료품 가격이 17.6%나 오르는 등 심각한 불안양상을 보이면서 돼지고기 가격은 54.9% 급등했고, 닭고기 등 가금류와 채소의 가격은 각각 38.3%와 29.9%씩 상승했다. 중국의 식품 가격 상승세는 민심을 동요시켜 경제 안정을 위협하는 불안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주말 충칭의 대형상점에서 발생한 참사는 살인적 물가로 인한 민심의 동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는데, 외국계 할인점이 식물성 기름의 일종인 평지씨(rapeseed) 유를 20% 할인 판매한 것이 발단이 됐다. 중국인들의 필수 식료품인 식물성 기름은 지난해 40%이상 급등한 데 이어 지난 한달 동안만 3%가 더 올랐다. 중국의 소비자물가 불안은 생산자물가 상승으로 옮겨 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전년대비 3.2% 올랐으며, 특히 철강제품 가격은 10% 이상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의 물가불안은 통화팽창 등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리후이융(李慧勇) 선인완궈(申銀万國) 분석사는 "현재의 통화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향후 6~10개월간 5%이상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선밍가오(沈明高) 씨티은행 수석분석가도 "중국의 통화조절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하기 때문에 연내 최소한 한 차례의 금리 인상은 확실시되고, 마이너스 금리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최대 두 차례의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인플레는 그 여파가 세계경제에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 지난 9월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2.8%를 나타냈고, EU의 소비자물가도 2.1%로 높아지고 있는데 여기에 중국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겹치면 글로벌 동반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경우 미국ㆍEUㆍ일본 등이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와 중국발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위험한 처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최근 신용경색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공세적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산 수입제품 가격이 높아져 물가불안이 확산되면 더 이상 금리인상의 여력이 없어지게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동안 저가 공산품을 전세계에 공급하며 글로벌 물가 안정에 기여하던 중국이 이제는 물가불안을 전세계에 확산시키는 '인플레 수출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산 수출품 가격은 위안화의 지속적인 절상과 함께 ▦중국내 가파른 임금 상승 ▦수출기업에 대한 세금 혜택 축소 ▦중국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더욱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은 중국산의 저가구조를 뒤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중국은 최근 10여년간 10% 안팎의 고도성장을 이어가면서 중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지난해 2,042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약 20%나 증가했다. 이동현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 과장은 "중국의 물가불안은 이머징마켓이 활기를 띄는 한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아직은 공산품 부문까지 본격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이에 대한 가능성에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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