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로 무장한 일본 최대 자동차 업체 도요타가 지난 3월로 끝난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지난 회계연도에 환율효과를 톡톡히 본 도요타는 올 회계연도에도 엔화 약세와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또 한번의 실적 기록 경신을 예고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회계연도 실적이 매출액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27조2,345억엔(약 247조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20% 급증한 2조7,505억엔에 달했다고 8일 발표했다. 순이익도 19%나 뛰어 역대 최대 규모인 2조1,730억엔에 이르렀다.
도요타는 또 올 회계연도의 연결 영업이익이 전년도 대비 2% 늘어난 2조8,000억엔(약 25조4,000억원)로 사상 최대 실적을 또 한번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1% 늘어난 27조5,000억엔이 예상되며 순이익도 2조2,500억엔으로 전년도의 최고 기록을 깰 것으로 전망됐다.
연이은 실적호조의 일등공신은 엔화 약세다. 이날 도쿄증시 마감 후 결산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을 연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우호적인 환율과 비용절감 노력이 실적호조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일본 제조업체들의 발목을 잡았던 엔화가치는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하락해 현재 1달러당 120엔 안팎에서 안정된 상태다. 도요타는 올 회계연도의 기준환율로 달러당 115엔을 제시했다.
다만 회사 측은 물론 시장에서도 올 회계연도의 경영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신흥국 시장의 경기둔화가 판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지난해 실적을 견인한 환율시장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화가치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이어가는 한편 유로화나 호주달러화 등 다른 통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띠기 시작했다며 이는 도요타에 악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사 측도 올 회계연도에 내수시장 및 아시아와 유럽, 신흥시장에서의 판매부진이 예상된다며 글로벌 판매대수가 1% 줄어든 890만대(도요타 기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룹 전체 판매대수도 지난 회계연도의 1,016만8,000대에서 1,015만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도요다 사장은 "회사의 진가가 드러나게 될 중요한 국면을 맞고 있다"며 "올해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지, 과거로 후퇴할지가 결정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