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아간 서울 A초등학교 2학년 교실. 심인근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가 휴대용 이산화탄소 측정기를 이용해 34명의 학생이 있는 교실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자 2,400~2,520ppm이라는 숫자가 측정기에 나타났다. 학교보건법시행규칙이 정한 1,000ppm의 두 배를 넘는 수치였다. 33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5학년 교실도 상황은 비슷해 2,200~2,300ppm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영어 단어를 말할 때는 2,450ppm을 넘기도 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쉬는 시간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복도 쪽 교실 문을 열어 놓아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2,000ppm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최근 들어 초등학교 교실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이는 가장 큰 원인은 지나치게 많은 학급당 학생 수다. A초와 같이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이 넘는 초등학교는 서울에만 35개교에 달한다. 학급당 평균 학생 수 24.5명을 넘는 초등학교도 전체(597개교)의 37.98%(225개교)나 됐다. 이산화탄소 기준을 수배나 초과하는 교실이 서울에만 수백개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반증하듯 같은 날 취재진이 방문한 B초등학교 3학년 교실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820~900ppm에 그쳤다. 이 반의 학생 수가 11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교육당국의 안일한 태도도 문제다. 학교보건법시행규칙 제3조 제1항 제3호 '교사 안에서의 공기에 질에 대한 유지·관리기준'은 교실 내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1,000ppm 이하로 정하고 있으며 각 시도 교육청도 2006년부터 학교가 연 1회 외부업체나 기관에 의뢰해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폼알데하이드 등의 12개 항목을 측정한 뒤 해당 내용을 지역교육청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는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측정한 데이터가 기준치를 넘을 경우 기준치를 넘지 않을 때까지 재측정을 하는 방식의 억지 측정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서울에 있는 모든 학교는 지난해 실내 공기질 측정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설사 첫 측정에서 기준치를 넘더라도 환기를 장려할 뿐 별다른 조치는 없다. 한 초등학교 교감은 "환기를 장려하는 내용의 공문을 받은 것 외에는 따로 실내 공기질에 관해 안내나 제재 조치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고 시교육청 관계자도 "첫 측정에서 기준치를 넘으면 환기를 장려한 뒤 재측정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세먼지나 황사 등이 심한 날의 경우 사실상 환기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근본적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는 단순한 답답함을 넘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미국냉동공조협회(ASHRAE)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0ppm을 넘을 경우 졸림을 느끼는 등 컨디션 변화가 일어나며 2,000ppm을 넘을 경우 어깨 결림이나 두통을 느끼는 등 건강 피해가, 3,000ppm을 넘을 경우 두통이나 현기증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측정에 나선 심인근 연구사는 "이산화탄소 자체는 인체에 크게 유해하지는 않다"면서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다는 것은 공기가 실내에 정체돼 있으며 이는 페인트나 책상 등에서 나오는 유독 화학물질 등도 같이 정체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큼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