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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김윤지씨는 학교 앞 수입과자 전문점에 들어갔다가 터무니없이 싼 가격을 보고 의구심이 들었다. 대부분의 수입과자 가격이 국산 과자보다 훨씬 싼 1,000~2,000원이었고, 마트에서 2,000원인 인기 젤리도 1,500원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유통기한이 다 된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더욱이 매대에 깔린 제품들은 직사광선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어 과연 믿고 먹을 수 있는지 망설여져 결국 빈 손으로 나왔다.
백화점, 대형마트는 물론 수입과자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소규모 판매점이 골목까지 파고드는 등 수입과자 유통이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검사·관리 체계는 부실해 소비자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식품가공 제조업체들은 제조 및 판매 식품이 기준 및 규격에 적합한 지 여부를 주기적으로 검사해야 한다. 국내 대형 제과업체들의 경우 직접 시스템을 갖추고 자가품질 검사를 거쳐 시중에 제품을 유통한다. 롯데제과는 자체 식품안전센터인 롯데올세이프에 생산제품을 보내 미생물 등 위해요소 성분을 체크한다. 오리온 식품안전센터도 자가품질 검사를 진행해 제품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과자는 자체 설비를 갖추기 어려워 주로 민간 식품 위생 기관에 검사를 위탁한다.
지난 23일 서울 서부지검이 전국 74개 식품 검사 기관의 최근 3년간 시험성적서 85만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8만3,000건이 허위 발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세균 수가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샘플을 바꿔 재검사를 실시, 적합한 성적서를 만들어내거나 심지어 제품 포장을 뜯지도 않고 적합 판정을 내린 위반 사례도 있었다. 다시 말해 이들 기관을 주로 이용하는 수입 과자 역시 허위로 적합 판정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모든 수입과자에 대해 정밀 위생검사가 진행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입되는 전 제품에 대해 세균 수 및 합성첨가물 수치 등 최초검사를 시행하지만 이후 정밀검사는 무작위로 샘플링해 특정제품에만 실시한다. 운 좋게 정밀검사를 피한 판매 부적격제품은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성분 검사에 의해 적발되기 전까지 시중에서 유통될 수 있다. 실제 식약처 홈페이지에 공개된 위해식품정보를 분석한 결과 최근 1년간 식약처로부터 회수 및 판매금지 조치를 받은 품목은 무신고 6건, 아세설팜칼륨 초과 4건, 세균 수 초과 1건, 소르빈산 초과 1건 등 총 12건이었다. 지자체가 한달에 1번 발견한 꼴로, 실제 정밀검사를 거치지 않은 부적격 수입과자들이 시중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자가품질 검사를 진행하는 국내과자와 달리 수입과자는 검역단계에서 몇몇 제품만 검사한다"면서 "랜덤 샘플링만 피하면 되기 때문에 많은 부적합 과자들이 시중에서 유통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고없이 국내로 반입된 제품은 성분 검사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들어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에따라 검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과자류에는 보존을 위한 식품첨가물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검사당국도 일정 수치의 첨가를 허용한다"며 "매년 수입과자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수입과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도 마련해 정밀검사를 받지 않은 물품이 시중에 유통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