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 가장 빈번하게 오르내린 뉴스는 단연 대북송금 특검이다. 이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은 아직도 수그러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 가운데도 특검이 DJ를 직접 조사할 것인지 여부에 가장 관심이 모아졌다. 권좌에서 물러난지 불과 넉달밖에 안지났는데 수사대상에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사실 자체에 권력이 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퇴임이후 행적을 보자. 전두환과 노태우는 모두 옥살이를 했으며 YS는 달걀세례를 받는 등 곤혹을 치렀다. DJ도 상황은 마찬가지. 특히 전두환은 재산이 달랑 30만원 뿐이라면서도 호화생활을 누리고 있어 국민들을 분노케했다.
일본 언론에서 최근 가장 화제의 대상이 된 외국지도자는 한국의 전직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대북송금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DJ가 뉴스의 한복판이 됐다. 일본 언론들은 DJ도 퇴임후 수난을 당했던 역대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한국통으로 알려진 니흔게이자이신문의 한 간부는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검찰수사를 받든지 교도소에 수감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매우 좋지 않은 관행이라며 한국에 대한 나쁜 인상을 심어줄수 있다고 말했다.
전임 대통령의 행보와 관련해서 미국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전임 대통령들이 국가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재임중 섹스스캔들로 곤욕을 치렀던 빌 클린턴은 돈방석에 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은 퇴임이후 연설과 자서전 등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클린턴은 지난해 전세계를 순회하며 연설을 해서 950만달러라는 거금을 손에 쥐었다고 한다. 클린턴은 일본 미토시 정치연구소에서는 한차례 연설로 40만달러를 챙기기도 했다. 또 카터는 북미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중재역할을 자임해 북한을 직접 방문했으며 집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국 개신교계의 원로지도자 강원룡목사는 최근 펴낸 자서전에서 전직 대통령들을 평가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강 목사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에게는 대체로 부정적 평가를 내렸으나 YS나 DJ에게는 비교적 관대한 입장을 보였다. 강 목사는 전두환은 남의 말을 듣지 않은 사람으로 평가했으며 DJ는 정계 복귀와 내각제 공약을 지키지 않는 등 말을 자주 바꾼 점은 아쉬었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전임 대통령들도 법정에 불려 다닐 걱정을 할 것이 아니라 다음 강연에서는 어떤 연설을 해야 할지 즐거운 고민을 할 떄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연성주(정보과학부 차장) sjy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