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인 자본회수 봇물 터졌나] 무리한 고배당·자사주 매입 요구

기업들 "외국인 경영간섭 애로" 13%나…소로스펀드, 투자금 이미 모두 회수도

무리한 고배당·자사주 매입 요구 기업들 "외국인 경영간섭 애로" 13%나…美파마, 메리츠증권 투자금 38% 회수 미국 푸르덴셜의 아시아 투자회사인 파마(PAMA)가 대주주로 있는 메리츠증권은 지난 5월 28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당기 순이익의 두 배가 넘는 234억5,000만원을 배당하기로 결의했다. 파마는 지난 99년 메리츠증권 지분 25.8%를 인수한 후 4년간 배당금으로만 투자 자본의 38%를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증권의 대주주인 퀀텀펀드와 S-Oil의 대주주인 아람코 역시 해마다 고배당 정책을 실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급증하면서 외국인 주주들의 무리한 고배당 요구로 몸살을 앓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외국인의 주식 투자비중이 40%까지 늘어나면서 배당문제가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외국인들이 늘어난 지분을 바탕으로 고배당 압력을 가하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외국인 주주들의 무리한 고배당 및 자사주 매입 요구는 기업의 고유한 결정권인 경영권 간섭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 말 국내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경영 간섭으로 애로를 겪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12.9%이며, 이 중 47.6%는 설비투자 대신 주주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은 배당만으로 투자자금의 상당부분을 회수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외국인 주주들이 상장기업으로부터 거둬간 배당금은 전체 상장사 배당금의 37.42%인 2조7,044억원에 달한다. 지난 2001년 1조2,501억원(32.49%), 2002년 2조1,038억원(35.75%)에서 알 수 있듯이 외국인들이 배당으로 챙겨가는 돈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인 지분이 상대적으로 높은 은행권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42% 가량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돌려줬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외국인들의 고액 배당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의 경우 단순히 고배당에 대한 요구에 그치지 않고 경영권 간섭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배당 정책에 대한 제도 강화는 물론 배당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경신 한양증권 상무는 “외국인들의 자본회수는 고배당 시세차익 등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계속 이뤄질 것”이라며 “내년에 주주 대표 소송을 앞두고 고배당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인 만큼 이를 제한 할 수 있는 법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배당은 기업의 자금 여력과 투자계획 등 내부사정에 따라 안정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정곤 기자 mckids@sed.co.kr 입력시간 : 2004-06-2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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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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