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둥굴한 세포체로 보이는 물질들이 황량한 배경 속을 떠돌아다니고 카메라는 그 물질들을 쫓아 밖으로 빠져나온다. 「과연 뭘까」라는 호기심 속에서 출발하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파이트 클럽」은 현대사회의 이기문명을 없애려는 폭력집단의 한 단면을 그린 액션스릴러. 국내외 개봉당시 잔인한 폭력장면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잭(에드워드 노튼)의 뇌에서 출발해 혈관을 타고 피와 신경을 돌아 두피를 거쳐 다시 총신으로 나오는 공포의 과정을 시각 이미지로 표현한 「파이트 클럽」의 오프닝은 매우 색다름을 가져다준다. 컴퓨터그래픽과 빠른 카메라워크로 화려하게 시작하는 이 영화는 자본주의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테일러(브래드 피트)의 지하실, 허무와 냉소로 가득한 거리의 이미지와 지하 주차장에서 잭과 테일러가 세상과는 동떨어진 이방인들처럼 허무로 뭉친 죽음의 싸움을 하는 장면등으로 보는이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한다.
현대사회에서 거세당한 사내들의 집단 「파이트 클럽」은 결국 자본주의를 뿌리째 흔들 테러를 준비한다. 이 클럽은 비인간적인 경제구조를 파괴하기 위해 관련 빌딩을 폭파하는 것을 목적으로 세를 확장한다.
잔인한 폭력장면 말고도 이 작품은 현대사회의 황량한 내면과 이에 반발하는 모습등을 그리며 극의 짜임새를 더해간다. 지방흡입시술 클리닉에서 쓰레기로 버려진 사람의 지방으로 비누를 만들어 고급 백화점에 내놓으면 날개돋친 듯이 팔리는 장면,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로 일하며 수프에 오줌을 누는 테일러의 모습등이 그것으로 결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고층빌딩이 불꽃을 발하며 무너져내리는 장면등이 섬뜩함을 더해준다.
박연우기자YWPARK@SED.CO.KR
입력시간 2000/04/20 1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