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기업·국민 허리띠 졸라맬때(경제를 살리자)

◎과감한 재정축소·의식개혁만이 현 난국 타개이제는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맬 때다.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도 시급하고 정부차원의 규제 철폐도 중요하다. 창조적 기업가 정신을 잃어버린 채 관료처럼 조직이 경직돼가는 대기업도 변신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런 인식이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을 경우 위기는 말 그대로 파국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요즘 외환위기를 걱정하며 『이대로 가다간 멕시코 꼴 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멕시코는 우리 생각처럼 위기국면에 있지 않다. 지난 94년 63억달러에 불과했던 그들의 외환보유고는 현재 1백83억달러(96년말)에 달한다. 「허리띠 졸라매기」를 과감히 실천한 덕분이다. 재정지출을 줄이고 임금과 물가인상을 억제했다. 이는 대개 경제주체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강요하는 일이지만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경제개방과 구조조정이 물론 뒤따랐다. 정부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재정지출 축소에서 출발한다. 「경제를 살리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지금 이 분위기를 잘만 활용하면 정부의 재정축소는 큰 저항없이 뿌리내릴 수 있다. 정부는 낙관적 전망과 구호성 비전 제시에 머물렀던 지금까지의 정책접근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계획을 세우고 추진할 시점에 와 있다. 규제의 완화 또는 철폐를 무정부상태로 오해해선 안된다. 정부 자체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기업이 졸라매야 할 허리띠는 의식개혁이다. 걸핏하면 금융지원, 세제지원, 행정지원을 요구하는 버릇은 이제 감연히 벗어던져야 한다. 무절제한 자기복제와 외형 위주의 성장체질에서도 탈피해야 한다. 창조적인 기업가 정신을 잃은 일부 기업들은 지금 금융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부도설에 휘말리고 있다. 자기혁신을 소홀히한 데 따른 업보다. 국민 의식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국민의 80% 가까이가 『나는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사회안정계층으로서 중산층이 지녀야 할 도덕성은 외면하고 있다. 선진국 중산층의 높은 도덕성까지는 무리라 하더라도 『과소비는 네 탓, 내 돈 내 맘대로 쓰는데 누가 말려』라는 식의 인식에 더이상 빠져 있어서는 안된다. 근로자들은 기업가들과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임을 피부로 느껴야 한다. 사공들이 저마다 일어나 서로 삿대질만 하면 아무리 호수가 잔잔하더라도 배는 중심을 잃고 기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나루터에 닿기까지는 일단 앉아서 함께 노를 저어야 한다. 올해 우리 경제는 4%대의 저성장을 기록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많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같은 침체가 내년 이후에도 쉽사리 회복될 가능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정부, 정경유착의 고리에 안주하려는 정치권, 자기반성없이 「지원」만 바라는 기업. 이들에 대한 비판은 그동안 수없이 제기됐다. 상황인식도 충분히 갖춰졌다. 이젠 국민, 기업, 근로자, 정부가 함께 난국을 헤쳐나갈 시점이다. 모든 경제주체들의 뼈저린 자각과 자기희생이 절실하다.<손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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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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