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2월 16일] 주택정책도 패러다임 변화를

주택가격 안정화를 통해 서민생활 안정화에 기여하겠다는 정부정책은 항상 최우선 순위에 해당돼왔다. 우리 정부는 주택가격이 조금만 불안정해지면 각종 주택 및 부동산 정책을 즉흥적으로 토해내곤 했다. 그러나 아직도 주택 문제는 근원적 해결이 이뤄지지 못한 채 가계 경제나 국가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주택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근원적 이유는 주택정책이 정권의 위기 돌파를 위한 땜질식으로 진행돼왔기 때문이다. 주택이라는 재화의 특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단편적ㆍ단기적 정책을 반복적으로 추진해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다. 흔들림 없는 장기 계획 필요 주택시장은 주택의 특수성 때문에 장기적 순환주기를 가진다. 주택정책은 2~3년이 경과한 뒤에야 비로소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주택정책은 원천적으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택정책의 내용을 보면 유독 대통령 임기 내에 무엇을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설정된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당연히 지양돼야 한다. 향후 주택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지금껏 정부의 주택정책은 장기적인 계획 없이 가격이 오르면 규제하고 내리면 완화하는 수단이 반복됐다. 주택시장이 반복적 순환구조를 갖는다는 점에서 이를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장적 측면에서는 주택정책의 일관성 부재가 주택시장 예측을 곤란하게 해 시장의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나타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점에서 주택정책은 땜질식이 아닌, 정권교체 여부에도 흔들림 없도록 장기적 목표와 계획을 갖고 수립돼야 한다. 장기적 주택정책은 공공 부문만으로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에 민간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단기적인 수요조절 정책이 주류를 이룸으로써 민간 부문의 주택공급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엄격한 1가구 1주택 제도도 재고돼야 한다. 한 가구당 하나의 주택을 소유해야 한다는 원칙이 타당성을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원칙을 절대적으로 고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1가구가 다주택을 보유한다고 해서 보유자가 여분의 주택에 모두 거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격한 1가구 1주택 정책추진이 주택보급률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가구 다주택자가 여분의 주택을 임대주택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임대주택 시장의 공급물량 증대에 기여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시장경제체제에서 주택이 투자재의 가치를 갖는다는 점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다주택자 규제는 엄격한 1가구 1주택 정책으로 실현하기보다는 임대소득세 및 보유세 등 세제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렇게 형성된 재원을 바탕으로 정부가 직접 저소득층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주택시장의 건전성 측면에서 보다 합리적이다. 현재의 주택 분양가상한제도 주택시장의 건전성 확보와 민간 부문의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재고돼야 한다. 시장경제체제에서는 주택도 엄연한 재화이다. 물론 주택의 특수성 때문에 주택시장 개입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시장경제체제에서 재화의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다. 또한 주택 분양가상한제는 민간주택 시장의 주택공급도 축소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민간투자로 공급 활발히 해야 정부는 국민주택 규모 이하의 서민주택 공급에만 개입하고 그 이상의 주택에 대해서는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국민주택 규모 이하의 주택은 정부가 원가로 공급해 서민주택 가격안정화에 기여해야 한다. 다만 저렴한 택지를 민간에 공급함으로써 주택가격 안정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민간투자로 주택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철폐해 국가 경제와 서민 경제 안정화에 부합하는 정부정책과 시장 경제에 반하지 않는 정책적 실현 수단이 마련될 때 근원적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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