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최 부총리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입장 분명히 하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16일 취임식에서 "기업들의 과도한 사내 유보금이 시중에 흘러가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사내 유보금에 과세하거나 임직원의 상여 제공에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한국 경제가 저성장, 축소균형, 국민체감 성과부족의 구조적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기업에 비해 가계 부문의 소득 증가세가 둔화되고 이것이 내수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도 큰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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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내 유보금을 어떻게 가계소득으로 이전할 것인가다. 최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사내 유보금 과세 등은 "세수가 아니라 (기업이 돈을 풀도록 ) 유도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새삼 밝혔다. 정부로서도 사내 유보금을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주는 데 쓸 경우 세제혜택을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경제계에서는 여전히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채찍 대신 당근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인센티브 자체에 대해 기업들은 과도한 개입으로 인식할 수 있다.

10대그룹 소속 81개 상장사의 올해 1·4분기 말 사내 유보금은 515조9,000억원 정도에 이른다. 그러나 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않은 것을 기업 일방의 책임으로만 볼 수 없다. 정부의 각종 규제 등으로 기업의 투자의욕이 꺾인 상태에서 단순히 기업 내에 돈이 많다고 과세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 또 기업의 순이익에서 법인세를 내고 남은 돈이 유보금인데 이에 과세하게 되면 '이중(二重)과세'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최 부총리는 '기업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사내 유보금을 가계소득으로 이전하는 수단에 대해 좀 더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기업들이 더욱 움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책 불투명성은 시장에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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