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A사에 근무하는 이선미(26)씨는 입사 3년차다. 4년제 여대를 졸업하고 공채(정규직)로 A사에 입사, 판촉부에서 일하고 있다. 남자 사원 가운데도 비정규직이 많은데 여자인 자신이 정규사원이라는 뿌듯함에 일처리에도 자신감이 배어 있다. 상사들도 이씨의 업무처리가 야무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 이씨의 남자 후배인 김규선(29)씨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정규직이어서 고용 불안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원하는 조건에 맞는 일자리를 찾던 김씨는 취업이 여의치 않자 일단 ‘탈(脫)백수’하자는 심정에 비정규직이라는 불만을 감수하고 입사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비정규직에다 동료, 특히 여자 선배보다 실력이 뒤처진다는 생각에 고민만 깊어가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는 ‘여풍(女風)’이 고용구조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실력 있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아지면서 20대 이하 여성의 정규직 비율이 남성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 1일 고용정보원이 남녀 근로자 4만여명(남녀 각 2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용형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연령에서 정규직 비율은 남성이 77.7%로 여성(60.7%)보다 크게 높았다. 하지만 20대 이하(15~29세) 청년층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의 정규직 비율이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벌어졌다. 남성의 정규직 비율은 70.9%에 그친 반면 여성은 74.9%로 4%포인트 높았다. 특히 대졸은 물론이고 4년제 대졸자의 경우도 여성의 정규직 비율이 77.2%에 달해 남성의 76.0%를 앞질렀다. 이는 교사 등 안정된 직장에 젊은층 여성들이 몰리는 데 비해 남성들은 시간에 쫓겨 안정성이 떨어지더라도 서둘러 취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대부분의 기업이 정규직 채용시 병역필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병역미필 남성은 비정규직 취업이 불가피한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풀이된다. 고용정보원의 한 관계자는 “대졸자 중 여성의 정규직 비율이 남성을 추월한 것은 그만큼 실력을 갖춘 젊은 여성들이 사회 각 분야에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여성의 취업 경쟁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여 이런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