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수도권 경매물건 수는 매월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매물건이 8,000건을 넘어가면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 이를 다시 경신했다. 대출금 상환을 못해 경매로 넘어간 물건이 갈수록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2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 및 수도권 법원에 나온 경매물건 수는 8,637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6년 11월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10월 경매물건 수(8,000건)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종류별로는 아파트ㆍ주상복합ㆍ다세대ㆍ다가구주택 등 주거시설이 3,880건으로 1월의 2,684건보다 무려 44.5%나 늘어났다. 특히 11월 서울 경매법원에 나온 아파트 물건 수는 576건으로 조사돼 10월 411건에 비해 4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 법원에 나오기까지 6개월가량의 시차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할 때 올 여름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존 주택 거래가 힘들어진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리한 대출금으로 주택을 구매했지만 거래침체로 처분이 어려워지자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하우스 푸어’들의 집이 다수 경매로 넘어간 탓이라는 설명이다. 앞으로 경매물건이 더 늘어날지 여부는 시장의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 시장 회복으로 경매가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주택을 팔 수 있게 된다면 법원 경매를 취하하는 채무자들이 늘어나면서 경매물건 수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 연구원은 “지난 여름에는 수도권 주거시설의 경매취하율이 바닥이었지만 9월 7.5%로 반등한 후 11월에는 8.8%까지 높아졌다”며 “최근과 같이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가 이어진다면 향후 경매 취하 건수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