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3일 “병세가 위중해 생명이 위태로운 한국인 여성 인질 2명을 수감자 2명과 맞교환, 먼저 석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아마디는 이날 “여성 인질 2명이 죽기를 바라지 않아 새로운 결정을 내렸다”며 “우리가 제시한 석방 요구 수감자 8명 가운데 아무나 2명을 풀어주면 이들 여성 인질 2명을 먼저 석방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탈레반은 수감자 8명과 인질 8명을 1차로 교환하자고 제안하고 석방을 요구하는 수감자 8명의 명단을 아프간 정부에 전달했다.
탈레반이 일단 여성 인질 2명을 먼저 교환하자고 제안한 것은 이들의 병세가 상당히 위중한데다 임박한 한국 정부와의 대면협상을 앞두고 좀더 협상을 쉽게 풀어나가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돼 한국인 인질 21명의 석방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정부는 이날 아프간 현지에서 강성주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와 문하영 본부 대사 등을 한국 측 대표로 내세워 탈레반 측과의 대면협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탈레반 측 접촉의 최고목표가 탈레반 수감자 석방 문제 해결에 대한 우리 정부 역할의 한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그러나 그들의 요구도 변할 수 있다”며 “정부는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이어 과거 인질과 탈레반 죄수 맞교환 석방 사례와 관련, “지금 문제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탈레반 측이 요구하는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측 죄수 맞교환에 대해 탄력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아프간 가즈니주(州) 탈레반 사령관 물라 사비르 나시르도 이날 “탈레반은 인질 협상에 만족하고 있으며 당장 인질을 추가로 살해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협상 진전을 낙관하는 만큼 새 데드라인(협상시한)을 제시하지는 않겠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인식되면 데드라인을 다시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니르 만갈 아프간 내무차관은 “단 1명이라도 아프간의 법에 어긋나는 수감자와 인질 교환은 하지 않겠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미국 정부도 “테러범과는 협상하지 않는다” “테러세력에는 양보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남ㆍ중앙아시아 담당 차관보는 “납치범들에 대한 양보는 더 많은 납치나 인질 억류를 가져올 뿐”이라고 전제한 뒤 “인질석방을 위해서는 군사력을 포함한 모든 필요한 압력을 동원할 것”이라며 인질구출을 위한 군사작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오는 5, 6일 미국 메릴랜드주의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릴 예정인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인질석방 협상 타결과 인질구출 군사작전을 결정짓는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프간 현지에 파견됐던 백종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은 3일 파키스탄 방문을 마치고 귀국, 노 대통령에게 특사활동을 보고한 뒤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주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