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가 같은 수 십, 수 백 개의 상자들은 서로 키를 견주듯 높낮이를 달리해 ‘춤을 추듯’ 율동감을 보여준다. 화려하면서도 산뜻한 색감은 조명에 반짝거리며 ‘노래하듯’ 색감의 변주를 들려준다. 작가 김지명(59)이 9번째 개인전 ‘기억으로의 여행’에 선보인 신작들이다. 상자의 윗면을 사선으로 잘랐기 때문에 같은 크기의 상자지만 높이가 서로 다른 것이고, 이로 인한 그림자 효과가 입체감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절제미가 드러나는 추상적 형태지만 발랄하고 다양한 색상이 정서를 담아낸다. 작품 ‘아~대한민국’은 태극을 상징하는 빨강과 파랑의 원색 사이로 한국인의 검은 머리색이 조화를 이룬다. 또 다른 작품 ‘봄의 한가운데’는 개나리와 진달래를 떠올리게 하는 노랑과 분홍색이 넘실거린다. 작가는 색을 입힌 평판 아크릴을 직접 잘라 상자들 만들고 이를 다닥다닥 붙여 한 점의 입체작품을 탄생시키는 전 과정을 ‘놀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숫자와 계산에 약해 내가 만들어 놓은 수많은 네모 박스들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 지 만드는 순간까지도 잘 모른다”면서 “미리 계획을 해 놓지만 신들린 듯 한바탕 ‘놀이’(작업)하고 하면 직관과 자연충동에 의한 결과물이 만들어지기에 계산대로 나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20여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전시는 28일까지. (02)73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