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분야 투자위축 타격
미국 경기의 급격한 둔화와 이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위축으로 정보기술(IT) 분야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최근 분석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IT기업들은 다된 계약이 마지막단계에서 취소되거나 주문량이 줄어드는 등 고객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연말 결산에서 수익이 예상보다 크게 감소하는 사태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ㆍ4분기말 이런 고민을 하는 최고경영자들이 많았다. 이것은 갑작스럽고 집단적인 (경기에 대한) 신뢰의 상실이었다"고 소프트웨어업체인 잉크토미의 데이비드 피터슈미트 회장은 말했다. 그는 이같은 현상이 개별기업의 경쟁력 문제가 아니라 거시경제적 문제라며 현찰부족에 허덕이는 닷컴기업들 뿐만 아니라 기존의 대기업 그룹들까지 포함되는 전업계에 걸친 문제라고 주장했다고 신문은 말했다.
신문은 주식회사 미국이 IT분야 투자를 줄이거나 연기하거나 심지어 취소하고 있다는 그의 말이 옳다면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정말 심각하다고 말했다.
지난 90년대 후반 미국경제의 승리는 대체로 기술에 대한 자본투입에 기반을 둔 것으로 직접적으로 경제성장을 부추켰을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향상시켜 인플레 압력을 줄이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신문은 지난해 4ㆍ4분기가 실망스러웠다면 올해 단기전망도 어둡다며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실시한 조사 결과 미국의 IT예산 증가율이 지난해의 11%에서 올해는 5%로 떨어졌으며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조사대상의 30%가 아직 경기둔화에 맞춰 예산을 재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IT부문에 대한 투자 동기중 완전히 사라진 하나는 기존 기업들이 닷컴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투자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 신문은 또 중요한 투자위축의 원인으로 미국을 덮치기 시작한 신용경색을 지적하고 있다. 앞으로 이윤은 감소할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내부 현금흐름이 악화될 것이며 동시에 외부자금은 쓰기가 더욱 비싸지고 구하기도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것.
정크본드(고수익 고위험 채권) 시장도 활동이 거의 중단됐으며 시장에 물건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회사채 수익률이 급등했고 주식발행도 시장의 불안으로 가격을 정할 수 없는 상태여서 불가능해졌다고 신문은 말하고 기술주의 경우는 거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금시장에서 교훈을 얻고 있는 기술관련 기업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기업은 통신업체들이라고 신문은 지적하고 지난 99년과 2000년 세계 통신업체들의 자본투자는 매년 30%씩 증가해 2,41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메릴린치 조사결과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통신업체들은 이 막대한 투자를 회수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적절한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고객유치가 어렵다는 것이 알려지자 자금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도 어려워졌으며 이로 인해 신규장비 구입에 제동이 걸렸다고 신문은 말했다.
메릴린치는 올해 통신업체들의 장비구매는 전세계적으로 1% 감소할 것이며 내년에는 5%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통신업체들의 투자위축이 IT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라고 신문은 말했다.
기업들은 석유화학이나 철강산업에 과투자를 했던 것처럼 컴퓨터에도 과투자를 할 수 있으며 점점 분명해지는 것은 IT투자의 수익이 좋기는 하지만 예상보다 못하다는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기업들이 IT투자에서 실망하는 이유중 하나는 요즘 컴퓨터시스템이 너무 복잡해 신뢰하기 어렵고 값비싼 IT 전문인력으로부터 항상 유지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하고 자체인력도 시스템을 유지하고 가동시키는데 모든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문제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경기둔화로 인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고 이는 기업들이 IT부문에 과투자를 했다는 인식을 하게 하며 그 결과로 IT부문투자를 감축하게 할 것이라고 신문은 말했다.
/런던=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