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만 더 공부하면 내 아내 직업이 달라진다." "지금 흘린 침이 눈물이 된다."
누구나 학창 시절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급훈 관련 유머다. 입시와 성적을 위해 매진하는 것이 '인생의 코스'가 돼버린 한국 사회에서 10대를 보낸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소문이나 인터넷, 패러디를 통해 접했을 씁쓸한 내용들이다.
그런데 이 같은 '독한' 유머는 더 이상 인터넷 속, 학생들의 농담 속에만 존재하는 말장난이 아니다. 실제로 주변 곳곳에 '얘들아, 꿈이 무엇이든 공부가 우선이란다' '6학년 목숨 걸고 공부하는 기간' '학교를 빛낸 OO인(특목고ㆍ사시 합격자 명단)' 같은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각종 광고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이 같은 각종 학원 광고 및 학교 현수막이 도를 넘으면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부끄러운 현수막ㆍ급훈ㆍ광고 찾기' 캠페인에 나섰다.
지난 13일 시작된 이번 캠페인은 학교나 학원, 책방이나 주택가에 널려 있는 현수막이나 급훈, 책 표지들 가운데 학생들의 올바른 진로 선택에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게시물들을 찾아 사진을 찍은 후에 이를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간사는 "일부 교육청에서 특정 학교 합격자 명단 현수막을 내걸지 말도록 당부를 해도 이를 따르는 학교들이 많지 않고 학원들의 자극적인 광고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당장의 시정이 아닌 학생과 부모, 일반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캠페인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카페(noworry.kr)와 트위터(@PLACARD_OUT), 페이스북(facebook.com/noworry21), e메일(noworry@noworry.kr) 등을 통해 제보를 받고 있다.
정 간사는 "캠페인 이후 과학고 입학을 앞둔 학생들이 트위터에 '내 이름이 담긴 과학고 합격 현수막을 보고 다른 친구들이 상처 받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미안했다'고 글을 남기거나 이미 학교를 졸업한 20대 성인들이 캠페인을 지지하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의식 변화가 꾸준히 확산되면 현장에서도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는 3월3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캠페인 기간에는 2월1일 4년제 대학 정시 합격자 발표, 3월 초 학급 급훈 만들기 일정 등이 포함돼 있어 관련 제보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접수된 사진 중에서 아이들의 진로의식을 가장 오염시키는 게시물을 발굴해 '부끄러운 시상식'을 진행하고 이 캠페인을 매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