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방향성을 좀처럼 판단하기 어려워지자 시스템의 신호에 따라 매매가 가능한 상장지수펀드(ETF)랩이 주목받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가가 박스권에 갇혀 방향성이 불투명해지자 증권사들이 기존 랩 기능에 매매 시점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며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ETF랩이란 시중에 판매되는 다양한 ETF 가운데 우량한 상품을 묶어 분산 투자하는 자산관리 계좌다. 일반적인 랩은 매니저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매매가 이뤄지지만 최근 증권사들은 일반 ETF랩에 매매 시점을 알려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방향성 예측에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KDB대우·우리투자·동양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여러 경제지표 가운데 과거 지수와 가장 유사한 흐름을 보인 지표들을 골라 수치화하고 이를 통해 지수 방향성을 예측해 매매 시점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수가 오를 것으로 판단되면 레버리지ETF 등 상승에 베팅하는 ETF를 매수하고 내릴 것으로 전망되면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ETF에 투자하거나 채권형ETF로 갈아탄다. 매니저의 개별적인 역량에 맡기지 않고 과거 추이를 통해 정량적으로 예측하기 때문에 더욱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ETF랩의 선구자인 KDB대우증권은 대표 ETF랩 상품인 '폴리원(Folione)'을 운용 중이다. 폴리원은 2009년 처음 선을 보인 이래 최근 누적판매액 1,500억원을 돌파했다. 폴리원은 200여개 지표들을 활용해 코스피지수의 움직임과 비교한 뒤 지수와 가장 유사하게 움직이는 20개 정도의 지표를 골라 수치로 구현한 모델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100% 주가지수형ETF에 투자하거나 채권형ETF에 투자한다. 2011년 8월 유럽 위기에는 시장 폭락 신호를 감지해 안전자산으로 100% 교체했고 2012년 초에는 다시 매수 신호에 따라 위험자산으로 전부 교체했다. 이러한 운용 결과 2009년 6월 설정 이래 이달 11일 기준 수익률은 72.80%에 달한다.
이처럼 방향성을 예측하는 ETF랩이 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자 올 들어 증시 방향성을 예측하는 경쟁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도 연초 후 '시크릿 타이밍 랩'을 출시해 운용 중이다. 이 상품은 외국인의 투자방향을 분석해 지수형ETF를 자동 매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외국인의 매매 흐름이 중요한데 해외투자자들의 패턴을 연구해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 10년간의 수급 정보를 분석한 끝에 개발한 상품으로 외국인의 매매 동향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ETF를 매매한다.
동양증권도 지난달 28일 인공지능 종목추천 시스템인 '마이티레이더(My tRadar)'를 활용해 ETF에 투자하는 'My tRadar ETF랩'을 출시했다. 이 시스템은 기술적 지표·수급·기업가치를 모두 고려해 상승 가능성이 높은 유망종목을 실시간으로 발굴 및 추천한다. 이 랩은 운용매니저의 정성적인 평가를 배제하고 선물지수의 차트 강도에 따라 시장 추세를 파악한다. 시장 상승시에는 레버리지ETF를 매수하고 하락시에는 인버스ETF를 매수하는 방법으로 주식시장 상승과 하락에 관계없이 투자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또 분할매매 기법을 이용해 증시 변화 속도에 따라 포지션을 빠르게 바꿔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김주형 동양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변동성으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고민하던 투자자들이라면 인공지능의 논리에 따라 매매가 가능한 ETF랩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