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에셋 플러스] 몰려드는 랩 어카운트

"고수익" 입소문 타고 펀드자금 블랙홀로<br>고객 성향 파악 맞춤형 자산 관리<br>올들어 10조이상 몰려 '자문형'이 더 인기<br>수수료 펀드보다 높고 손실율도 클 수 있어 펀드 보완재로 봐야




'7공주, 4대천황, 자문사, 펀드자금 블랙홀, 랩 따라하기….'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유행하는 말들이다. 이 유행어들은 모두 랩 어카운트와 관련이 있다. 랩 어카운트는 기존의 펀드 상품을 밀어내고 올해 금융투자시장의 최대 히트상품으로 부상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랩어카운트의 운용규모는 지난해 말 19조9,702억원에서 올 7월말 현재 29조8,276억원으로 무려 10조원 정도가 늘었다. 아직 집계가 안 끝났지만 9월에는 30조원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 가운데 증권사들이 자문사의 자문을 얻어 투자에 나서는 '자문형 랩'의 증가속도가 가장 빠르다. 자문형 랩은 지난해 첫 출시 이후 올 4월말 1조568억원에서 7월말 현재 2조4,267억원으로, 석달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실제 4조~5조원이 자문형으로 운용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말 그대로 투자자별로 싸서(wrap) 개별계좌(account)를 만든 후 투자자 의향에 맞춰 다양한 종목을 운용하는 상품을 말한다. 증권사가 고객과 일임계약을 맺고 고객 성향에 맞게 자산구성, 운용, 투자자문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 준다는 말이다. 랩은 크게 일임형과 자문형으로 나뉘는데, 일임형은 증권사에서 자체적으로, 자문형은 추가로 증권사 밖의 투자자문사의 종목선정 도움을 받는다. 랩어카운트가 올들어 인기를 끈 것은 우선 수익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랩어카운트를 통해 몇달만에 100%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투자자가 몰리기 시작했고 기존 펀드환매로 빠져 나왔던 자금도 빨아들였다. 랩어카운트가 수익률을 높이고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특히 자문형 랩의 공이 크다. 수익률이 높았던 랩은 대부분 자문형 랩이었기 때문이다. 자문형 랩은 펀드처럼 고객의 자산을 모아 주로 주식에 투자한다. 주식형펀드는 주식편입 비율을 최소 60% 이상 유지해야 하고 한 종목에 10% 이상 투자할 수 없는 제한이 있다. 반면 랩은 비중을 0~100%로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 한 종목에 '몰빵'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펀드는 집합투자 상품으로 그에 맞는 규제를 받지만 랩은 1대1 계약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앞서 7공주나 4대 천황 등은 올해 자문형 랩에서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면서 주가가 급등한 종목들이다. 막대한 자금이 몇몇 종목에 몰리다 보니 이들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했고 이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보고 다른 투자자금이 랩에 몰리는 연쇄작용이 이뤄졌던 것이다. 업계에서는 랩어카운트가 인기를 끈 이유로 수익률과 함께 투자자가 투자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투자자는 자신이 가진 계좌를 통해 증권사들의 자신의 투자자금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에 가입한 후 1년에 몇 번 정도만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는 '불친절한' 펀드와는 달리 친소비자적인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직접투자와 펀드 등 간접투자의 중간에서 맞춤형 자산관리를 가능하게 한 셈이다. 물론 랩이라고 해도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투자자문사의 자문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수수료가 펀드보다 높고 최소 가입대금이 기본적으로 1,000만원 이상으로 어느 정도 자산가들만 가입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하게는 수익률이 큰 만큼 손해율도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익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몇몇 종목에 투자함에 따라 만약 이들 종목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경우 그만큼 손실이 날 수도 있다. 자문형 랩이 인기를 끌고 있는 최근은 지수가 전반적으로 상승추세여서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박스권이나 하락장에서는 충격이 펀드보다 더 클 수가 있는 셈이다. 조완제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펀드와 랩을 비교한다면 랩은 펀드의 대체제가 아닌 보완재의 성격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며 "펀드로 지수상승을 따르면서 성과가 양호한 랩의 초과수익을 노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포트폴리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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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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