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43)씨는 80~90년대 유행했던 노래들을 리메이크해 부르는 가요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극장가에서는 90년대 인기를 얻었던 '8월의 크리스마스', '터미네이터2' 등이 리메이크 돼 재개봉돼 추억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 80~90년대를 추억하는 드라마와 가요, 영화 등이 인기를 끌며 복고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첨단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왜 이렇게 옛것에 열광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현실에 대한 불만족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과거를 추억하며 느낄 수 있는 안도감으로 해소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실이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우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나 아름다웠던 추억을 그리워하기 마련"이라며 "달콤했던 기억이 현재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돼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도 당연히 현재와 마찬가지로 매일 행복하지 않았겠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행복한 장면을 보면서 잊고 있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린다는 것.
김 교수는 "30~40세대는 드라마를 통해 현재보다 나았다고 생각하는 과거의 삶을 불러 낸다"라며 "드라마가 소환한 행복했던 기억이 상처받은 현재를 위로해주는 자기 치료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수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과거를 추억하면 격했던 감정보다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또 한편으로는 자극적이고 가벼운 현대의 유행에 질려 진지함을 찾으려는 것이 원인이라는 해석도 있다.
유제춘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드라마, 예능, 영화, 음악 등 모든 면에서 감각적이고 자극적이면서 가벼운 유행이 번지기 시작했다"며 "이에 질린 30~40세대들이 과거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과 사랑에 대한 나름의 의미를 찾는 것 등 '진지함'을 그리워하며 복고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