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아프간 정부 등을 매개로 한 간접교섭 방식에서 벗어나 납치 무장단체인 탈레반 측과 직접적인 ‘접촉 채널’을 구축하는 등 활동폭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인 인질 석방협상을 위해 아프간에 파견된 한국대표단이 이날 탈레반에 잡혀 있는 한국인 인질들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아프간 이슬라믹프레스(AIP)가 보도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한국인 피랍 2주째인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와 탈레반 측의 직접접촉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문제를 푸는 데 아프간 정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우리 정부도 다각적으로 접촉 중이고 접촉의 폭도 확대하고 있으며 직ㆍ간접적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그러나 “직ㆍ간접적 접촉의 수준과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은 그동안 아프간 정부나 국제치안유지군 등 협력 네트워크를 매개로 납치단체와 간접교섭을 해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탈레반 측과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채널을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과 아프간 정부는 한국인을 납치해 억류 중인 아프간 탈레반 무장세력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인 피랍자 석방을 위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협상 결렬과 피랍자 희생을 부를 수 있는 미국ㆍ아프간 정부의 무력 인질구출작전 가능성이 제기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테러리스트들에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아프간 대통령궁은 탈레반의 요구사항인 탈레반 수감자와 한국인 피랍자 맞교환 석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특히 “아프간 정부가 한국인 납치현장에 특수부대원 200여명을 파견했다(NHK방송)” ‘미국과 아프간이 한국인을 납치한 탈레반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의 검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마이니치신문)“ “탈레반 측이 아프간 측의 무력 진압에 대비해 자폭요원을 인질 주변에 배치했다(요미우리신문)”는 외신 보도들이 잇따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 측이 협상전략 변화를 시사하고 한국인 피랍자 살해 중단 의사와 여성 피랍자 석방 검토를 밝혀 주목된다. 한국인 납치와 억류에 직접 관여한 익명의 고위 탈레반 지휘관은 미국 CBS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전략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인질 살해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아프간ㆍ이라크ㆍ소말리아 등 3개 국에 정부의 허가 없이 입국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될 새 여권법상의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