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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두 번째 수도인 웅진시대 왕성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충남 공주시 산성동 소재 공산성(사적 제12호) 유적지에서 백제시대의 생활 흔적을 그대로 담은 대형 목곽고(木槨庫·나무로 만든 창고식 저장시설)가 최초로 발견됐다. 목곽고 안에서는 각종 씨앗과 무게추, 망치 등 생활문화상을 담은 유물들이 다량 출토돼 1400년 전 백제를 되살려낼 '타임캡슐'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과 충청남도(도지사 안희정),공주시(시장 오시덕)는 23일 공주대학교박물관과 함께 진행한 2014년 제7차 발굴조사 현장설명회를 열고 목곽고를 비롯해 백제 멸망기 나·당연합군과의 전쟁 상황을 추론할 수 있는 유물들을 공개했다.
가로 3.2m, 세로 3.5m에 깊이 2.6m인 목곽고는 부식없이 원형 그대로 남아있을 뿐 아니라 내부에서 기와조각이 다수 출토됐다. 이는 별도의 지붕구조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지붕이 실재했을 경우 이 목곽고는 상부 구조까지 확인할 수 있는 백제 최초의 목조 건축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타임캡슐'처럼 백제시대 원상태 그대로 보존된 목곽고 안에서는 복숭아씨와 박씨가 다량 발견됐다. 무게를 재는 36g짜리 돌로 만든 추, 너비 19㎝의 원통형 나무망치, 정교하게 옻칠된 칠기도 나왔다. 이남석 공주대박물관장은 "목곽고의 용도에 관한 연구는 진행중이나 저장시설이거나 우물이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벽면에 오르내릴 수 있도록 나무를 박았던 구멍이 있으며 바깥면과 안쪽 틈새에 물이 스미지 않도록 점토로 메운 것으로 볼 때 저장시설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저지대 물이 모이는 지역에서 발견된 것으로 봐 우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건물지 북쪽의 저수시설에서는 완전한 형태의 철제 갑옷부터 마갑(말 갑옷), 마면주(말 얼굴을 감싸는 도구)를 비롯해 대도(大刀),장식도(裝飾刀), 화살촉, 철모 등 다양한 군사유물이 발견됐다. 이 지역 건물지 대부분이 대규모 화재로 폐기된 정황을 고려한다면 "660년을 전후한 백제 멸망기나 나·당 연합군과의 전쟁과 같은 상황이 공산성 내에서 전개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발굴단의 분석이다. 게다가 지난 2011년 발굴 당시 '정관 19년(645년)이라고 적힌 갑옷이 발견된 데 이어 이번 발굴조사에서도 명문 20여 자가 발견돼 정확한 판독이 끝나면 이들 유물의 역사적 성격은 더 명확해질 전망이다.
이곳에서 나온 유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말안장 뒤에 세워 기를 꽂는 60㎝짜리 '깃대꽂이'다. 고구려 쌍영총과 삼실총 벽화를 통해 친숙한 깃대꽂이가 백제유적지에서 실제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관장은 "이번 발굴은 공산성이 백제 왕궁지로서 진정성과 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는 획기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한편 제60회 백제문화제 개최에 맞춰 발굴현장은 오는 26일부터 10월 5일까지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일반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