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계 새기류/대그룹 인수합병 시작된다(구조조정 회오리:7·끝)

◎자동차­반도체 맞교환설 등장/외국업체 기업인수 배제못해/“전문화로 입지강화” 한목소리요즘 재계인사들이 모이면 빠지지 않는 대화의 주제는 구조조정이다. 처음에는 같은 업종의 전략적제휴에서 시작해 나중에는 그룹간에 대형(주력)사업을 주고받아 전문화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추는데 까지 이르게 된다. 이러다 보니 요즘 재계에는 「삼성과 현대가 자동차와 반도체를 맞교환한다」「삼성과 기아가 전략적제휴를 한다」「LG와 한진이 기아나 한나를 인수한다」는 등 구조개편에 대한 얘기가 부쩍 많이 나돌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만들어낸 새기류다. 과거 같으면 자동차, 조선, 철강, 유화, 유통 등은 관련그룹들의 주력·핵심산업으로 어떤 경우든 「포기」나 「인수합병」이 대상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IMF체제는 이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대우그룹의 쌍룡자동차 인수는 이런 기류에 불을 질렀다. 국내업체간의 구조조정 방향은 △인수합병 △설비공유 및 공동감축 △공동사업 확대 △비수익사업 철수 △유사조직 통폐합 등 아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진임 기아그룹회장은 최근 독일에서 『한국에서는 앞으로 3개업체만 생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구조조정과 관련, 많은 점을 시사한다. 우선 현실적으로 생존가능성이 가장 높은 2개사는 누가봐도 현대와 대우자동차다. 따라서 진회장의 말은 「기아와 삼성중 하나」는 사라질 수 있다는 뜻으로 봐도 무리가 아니다. 이건희 삼성그룹회장도 『삼성이 인수합병이 될 수 있고, 인수합병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해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분명히 했다. 이유일 현대자동차 기획본부장(부사장)은 『국내 자동차업계의 현실에서 볼 때 어떤 형태로든 생산업체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어떤 업체들도 이견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인수합병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자동차의 한 임원도 『대우의 쌍용자동차 인수는 IMF시대에서 구조조정의 모델케이스』라며 인수합병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의 이같은 시각에는 외국도 동조한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지는 지난 16일자 보도에서 『대우그룹이 쌍용을 매입한데 이어 삼성은 야심만만하게 추진했던 자동차 생산계획의 포기를 검토하고 있고, 기아자동차도 일시적인 국가관리를 거쳐 현대나 미국 포드사로 인수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내년초 생산을 시작하는 삼성자동차의 경우 현대 매각설이 퍼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삼성의 합작파트너인 일본 닛산자동차가 사업을 인수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산업의 「거대한 변화」가능성을 전망했다. 이같은 분석과 전망은 결국 IMF의 한파에 따른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을 통해 신규투자를 억제하는 내실경영과 시너지효과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산업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과 맥을 같이한다. 송영수 한국조선공업협회장은 『세계 신조선 발주량 감소에 대비해 도크회전율을 줄이고 채산성 개선을 위해 자율적인 협조분위기를 유도해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구조조정의 촉진을 위한 지원책도 업계가 강조하는 내용. 조선업계의 한 경영자는 『부도가 난 한나중공업이 문을 닫을 경우 수주선박들을 정상적으로 인도하지 못해 한국조선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며 『한라가 3자인수 될 수 있도록 금융, 세제, 부동산 등 정책적 차원의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부도가 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한계사업」에 국한하고 있는 구조조정 대상도 해결돼야할 과제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오디오및 미디어사업 일부를 인수키로 한 새한미디어의 심종진부사장은 『구조조정은 불필요한 사업부문의 처리도 중요하지만 연관업종의 집중화로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종만 석유화학협회 이사는 『생산업체들의 대부분이 10대그룹 안에 들어 구조조정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이사는 『주요업종의 구조조정에서는 무엇보다 최고경영자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신의 영역에서 전문화로 입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김균섭 통상산업부 기초공업국장은 『이제 금융기관들은 해당기업의 재무구조와 사업전망까지 면밀하게 분석한 뒤 대출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확장이나 경쟁사 견제보다 시너지효과를 추구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쪽으로 추진돼야 할 것』을 강조했다.<박원배·민병호 ·채수종·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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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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