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야당이지만 자금사정은 여당 못지않은 것으로 전해졌다.물론 정치자금에 관한 한 야당(野黨)하는 사람들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정당에 가장 큰 돈줄 역할을 하는 기업들의 후원금을 유인하기가 쉽지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민주당이 건재하는 한 대다수 기업들이 야당으로 발길을 돌리기란 모험에 가깝다.
이런 까닭에 한나라당은 대선자금이 빠듯할 것 같다며 볼멘소리다.
한 당직자는 "자금사정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다"라며 "법정선거자금의 테두리 안에서 겨우 맞출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자금 조달 수단
이회창 후보가 밝히고 있는 대선자금조달 루트는 크게 3가지다.
중앙선관위에서 나눠준 국고보조금과 당비, 그리고 후원금 등이다.
한나라당은 중앙선관위에서 138억2,500만원을 받았다. 정당중에서는 가장 많은 금액이다.
여기에 당원 1인1만원내기 운동으로 모금한 50여억원, 중앙당 후원금 100여억원을 합치면 300억원이 좀 넘는 자금이 된다.
한나라당은 법적으로 인정된 공식 자금에 의존해 이번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후보가 지방을 돌며 유세할 때 드는 수행원들의 경비나 행사비용도 모두 당에서 나간다.
이후보가 비공식적인 식사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월 3,000만원정도씩 당에서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정치활동을 제외한 개인생활비는 30년 법관생활을 하는 동안 모은 연금과 저축을 쪼개 쓰고 있다는 게 당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속으론 돈 풍년
그러나 이 후보측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선 한국적인 정치풍토에서 법이 정한 돈의 범위안에서 대선을 치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 다른 이유는 역대 다른 야당과는 다르게 한나라당쪽으로 기업들의 비공식적인 후원금이 몰려들었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 후보의 인기가 높아진 지난해부터 기업들이 돈을 가져와도 한나라당에서 '이젠 가져올 필요가 없다'고 거절했다는 소문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한나라당 자금 풍년설'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런 사실은 기업쪽에서도 확인된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불과 2~3년 전까지 만해도 후원금 지원을 부탁하는 한나라당의 전화가 귀찮을 정도로 많이 걸려왔지만 지난해부터는 돈 얘기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박동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