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거래처 빼앗은 SKC 2억 배상하라

고법 "상도의에 어긋"… 원고 일부 승소 판결

중소기업의 거래처를 빼앗은 후 이면계약을 통해 무마하려 했던 SK그룹의 계열사가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주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5부(권택수 부장판사)는 조모(49)씨가 ㈜SKC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조씨에게 2억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조씨는 1999년부터 SKC로부터 열에 반응하는 의료기기용 특수 필름(감열지)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중소기업을 운영했다. 2001년 영국 유명 화학회사 ICI를 거래처로 확보하는 등 성장세를 구가했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다음해 ICI가 주문량을 여섯 배 가까이 늘리자 SKC가 조씨 명의로 ICI 측에 공급자가 바뀌었다고 통보하고 직거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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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하는 조씨를 달래기 위해 SKC는 앞으로 2년간 직거래 판매 대금의 1.7%를 수수료로 지급하고 영국을 제외한 지역의 감열지 독점 판매권을 주겠다는 이면계약을 작성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씨가 이면계약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만약 자사 직원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해도 내부 의사결정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특히 2004년 한 법률사무소에서 이면계약서 효력에 대한 유리한 의견을 들은 후에는 조씨와 일체 협상을 중단하고 계약서를 무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씨가 계약서를 위조했다면 그를 사문서위조죄로 고소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며 "이면계약서가 SKC 측 의사와 상관없이 체결된 것으로 볼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대기업 입장에서 중소기업 거래처를 탈취한 것은 상도의상 비난받을 여지가 많고 SKC가 영어를 모르는 조씨를 상대로 ICI와의 약정서를 영문으로 작성한 점 등은 문제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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