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법인세 인상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연말정산 파동 등 '증세 없는 복지'의 후유증이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국민 반발을 부르고 있는 가운데 법인세 인상을 비롯한 증세 없이는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복지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 일각의 주장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법인세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장기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산업계가 회생의 기회를 상실하는 것은 물론 투자와 고용 위축이라는 부메랑으로 국민경제의 '급소'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이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어느 정도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법인세는 절대 올릴 수 없다는 성역으로 인정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증세냐, 복지 축소냐의 갈림길에서 증세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다면 법인세도 불가피하게 인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반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에 대해 "법인세 인상이 절대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일 마지막에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여권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지만 법인세 인상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재계는 반박 논리를 마련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선 전국경제인연합을 비롯한 경제단체는 법인세 인하 기조가 글로벌 산업 현장의 추세임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법인세율은 지난 2000년 30.6%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23.4%로 하락했다. 특히 OECD 가입 국가 중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를 인상한 나라는 7개국에 불과했다. 인하 또는 유지를 택한 국가는 각각 12개국과 15개국이었다. 한국 역시 이명박 정부 초기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린 바 있다.
아울러 한국의 법인세 수준 역시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결코 낮지 않다는 점도 재계가 법인세 인상 논리를 반대하는 근거 중 하나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미국(35%)과 일본(25.5%)보다는 낮지만 영국(21%), 독일(15%), 스위스(8.5%)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재계는 글로벌 조세 경쟁이 한창인 시대에 법인세 인상은 장기적으로 기업 본사·사업장의 해외이전을 부채질하는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1999년부터 2010년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법인세 인하폭이 2% 포인트에 그쳤다. 이 같은 소극적인 법인세 인하 때문에 맥도날드와 구글·야후 등은 법인세가 낮은 스위스로 유럽 본사를 이전했다. 이 같은 영국의 기업 엑소더스는 2011년 이후 정부가 법인세 인하에 적극 나서면서 점차 잦아드는 모습이다.
이재수 전국경제인연합회 금융조세팀 과장은 "국내 간판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는 가운데 법인세마저 올리면 투자 위축으로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증세 논의에 앞서 복지제도 손질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